손승락을 바꾼 김시진 감독의 한 마디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1.08.26 07: 03

[OSEN=고유라 인턴기자] "난 내 팀과 내 선수 둘 다 잃을 수 없다".
김시진(53) 넥센 히어로즈 감독의 선수를 아끼는 마음이 팀의 마무리 손승락(29)을 일으켜세웠다.
김 감독은 25일 LG 트윈스전이 열린 잠실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지난 23일과 24일 손승락의 LG전 등판에 대해 이야기했다.

손승락은 23일 잠실 LG전에서 8회 2사 3루에서 팀의 여섯 번째 투수로 등판, 이진영을 1루수 땅볼로 잡고 이닝을 마쳤지만 9회 1사 1,2루에서 오지환에게 1타점 동점 중전 적시타를 맞으며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김시진 감독은 "그날 10회말을 앞두고 손승락이 '한 이닝 더 던지고 싶다'며 찾아왔다"고 말했다. 자신이 동점으로 만든 경기인 만큼 끝까지 책임지고 싶었던 손승락의 자존심이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손승락의 등판을 허락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우리가 앞서 있었다면 한 이닝 더 던지게 했겠지만, 혹시라도 지게 되면 손승락이 받을 타격이 컸다"고 등판 불허의 이유를 밝혔다.
김 감독은 당시 손승락에게 "너만 야구할 거냐. 다른 선수들도 있다"며 "나는 내 팀과 내 선수 둘다 잃을 수는 없다. 팀은 지더라도 하나는 찾아야겠다"고 말하면서 손승락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보냈다. 당장 눈앞의 성적보다 선수의 야구 생명을 더 지키고픈 마음에서 나온 말이었다.
이런 김 감독의 마음을 느꼈던 것일까. 손승락은 23일 25개의 공을 던지고 휴식을 취한 뒤 다음날 LG전 9회에 등판해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잡고 '퍼펙트 세이브'를 올리며 넥센의 LG전 5연승을 마무리했다.
"전날 블론세이브를 만회하기 위해 더 집중했다"던 손승락. 믿어주고 아껴준 감독에 대한 그의 보답은 결국 팀도 승리로 이끌며 양쪽 모두를 살리는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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