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가 최하위 넥센 히어로즈와 맞대결에서 충격의 6연패에 당했다. 예상치 못한 넥센발 고춧가루 때문에 9년 만에 꿈꾸던 가을야구에 또다시 꿈으로 끝나게 생겼다.
LG는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넥센전에서 4-8로 패하며 주중 3연전을 모두 내줬다. 전혀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였다. 사실 LG는 넥센과 3연전을 위기 속 기회로 생각하고 있었다. 지난 주말 1위 삼성을 상대로 2연승을 거둔 만큼 넥센전과 주말 한화와 3연전을 통해 내심 4위 탈환까지도 계획했다.
그러나 LG는 시나리오와는 정반대의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 7월 19∼21일 목동 3연전 전패부터 무려 6연패를 당했다. 이날 경기에 패한 LG는 48승53패가 되면서 4위 KIA와 승차가 무려 6경기 반 차로 벌어졌다. 수치상으로 놓고 볼 때 쉽지 않은 차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LG가 넥센에 6연패를 당하게 만들었나.
▲LG, 기싸움에서 졌다
야구는 복잡하면서도 단순하다. 흐름이 경기를 지배하고 승패를 결정한다. 그 흐름을 결정짓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은 기싸움이다. LG는 넥센에 기싸움에서 완패했다.
시작은 지난 4월 29일 잠실이었다. LG는 이날 경기 초반 타선이 폭발하며 8-3으로 리드하고 있었다. 그러나 경기 중반부터 추격을 허용하며 8-7로 힘겹게 승리했다. 경기 결과는 야구에서 가장 재미있다는 캐네디 스코어였다. 그러나 박종훈 감독은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
박 감독은 승리 후 "이건 이겨도 이긴 경기가 아니다. 넥센과 첫 경기에서 기싸움에서 완벽히 이겼어야 했다. 그런데 상대의 기를 살려주고 끝냈다"면서 "단순히 한 경기가 아니다. 아마도 올 시즌 내내 넥센에 고전할 것"이라며 불길한 예언을 했다.
박 감독의 느낌은 그 다음날에 현실로 나타났다. LG는 경기 초반부터 넥센 타자들에게 적시타를 맞고 6점이나 내줬다. 그러나 타자들이 힘을 내며 역전을 시켰다. 시즌 초 LG의 힘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렇지만 이날 LG는 연장 접전 끝에9-10으로 패했다.
LG는 5월 13∼15일까지 목동 넥센전에서 2승1패를 기록하며 기싸움에서 벗어나는 듯 싶었다. 그러나 또 다시 마지막 경기를 어이 없는 실책 연발로 연장전 끝에 패했다. 시즌 초 기싸움 실패가 LG가 가장 중요했던 전반기 마지막 3연전, 그리고 이번 주중 3연전까지 6연패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득점 찬스 때마다 집중력 부족
LG는 넥센과 15차례 경기 중에서 1점차 경기가 9차례였다. 연장전도 5차례나 됐다. 그러나 LG는 1점차 경기에서 3승6패, 연장전에서는 1승4패에 그쳤다. 그만큼 LG는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패했다.
한 점차 승부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집중력이다. 박종훈 감독도 24일 경기에서 패한 뒤 "집중력이 부족했다"면서 선수단을 꼬집었다.
LG는 23일 넥센전에서 15안타와 볼넷 3개로 5득점만 올리며 잔루가 13개나 됐다. 24일에도 8안타와 볼넷 6개를 얻어냈음에도 불구하고 2득점에 그쳤다. 잔루가 무려 12개나 된다. 25일도 마찬가지였다. 10안타 볼넷 6개를 얻어냈으나 4득점에 그쳤다. 잔루가 11개나 됐다. 매경기 잔루가 10개를 넘기고서 이기기 힘들다.
점수는 안타와 홈런만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진루타와 희생타 없이는 점수를 만들어 내기 힘들다. 안타가 나올 확률은 한 경기에서 30%도 되지 않는다. 여기에 수준급 투수가 나오면 그 확률은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LG는 넥센과 3연전 내내 진루타와 희생타가 터지지 않았다.
시즌 초 LG의 기세는 무서웠다. 매 시리즈마다 위닝시리즈는 기본이고 연승을 달렸다. 그러나 4월 말부터 시작된 주전 야수인 오지환, 이대형, 이진영, 이택근, 박경수의 연쇄 부상이 6,7월 추락하게 된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LG는 26일 현재 32경기를 남겨놓고 있다. 4위 최소 목표 승수였던 67승을 거두기 위해서는 남은 경기에서 19승13패를 기록해야 한다. 연승과 연패는 어느 팀이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LG의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 5연승 이상을 이어가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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