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청주는 한화에게 약속의 땅이었다.
한화는 지난 23~25일 시즌 처음으로 청주구장에서 3연전을 가졌다. 매년 제2의 홈구장 청주에서 경기를 치렀지만 올해는 지난 겨울 강풍에 무너져내린 조명탑 문제로 뒤늦게 일정이 잡혔다. 그러나 상대가 만만치 않았다. 1위로 잘 나가는 삼성과 만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이상. 2승1패로 위닝시리즈를 가져간 것이다. 삼성은 3연전 마지막 날 승리하며 한숨 돌렸지만 하마터면 악몽의 청주로 기억될 뻔했다.
한화는 창단 첫 해인 1986년부터 올해까지 청주구장에서 총 272경기를 치렀다. 통산 성적은 133승130패9무. 승률(0.508)이 5할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김인식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난 2005년 이후 치러진 49차례 청주 경기에서 32승16패1무로 승률이 무려 6할6푼7리나 된다. 지난해 한대화 감독이 부임 후 11차례 청주 경기에서도 7승4패 승률 6할3푼6리라는 호성적을 잇고 있다.

한대화 감독은 유독 청주에서 성적이 좋은 이유에 대해 "왜 그렇지? 나도 잘 모르겠어"라며 웃어보였다. 지난해까지는 그럴 만한 확실한 이유가 한 가지 있었다. 처가가 있는 청주구장을 방문할 때마다 불방망이를 휘두른 이도형이라는 존재가 컸다. 이도형은 2002년 한화 이적후 청주경기에서 통산 타율 3할2푼 12홈런 38타점으로 대폭발했다. 지난해를 끝으로 이도형이 은퇴를 했지만 올해도 한화는 청주구장 강세를 이어갔다.
청주 3연전에서 얻은 소득도 짭짤하다. 단순한 위닝시리즈가 전부가 아니다. 최근 6연패 수렁에 빠져있던 김혁민이 청주 3연전 첫 날부터 개인 한 경기 최다 탈삼진 12개를 잡으며 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지난해 5월11일 청주 LG전에서 정규이닝 최다 탈삼진 17개 기록을 세운 류현진을 연상시킨 피칭이었다. 게다가 둘째 날에는 7회까지 리드시 130연승을 이어오던 삼성 불펜에게 첫 7회 리드시 패배를 안기며 기세를 올렸다.
3연전 마지막 날에는 아쉽게 역전패했지만 김회성이라는 깜짝 스타를 발견했다. 청주 세광고를 졸업한 김회성은 이날 선제 스리런 홈런과 몸을 날리는 허슬플레이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김회성뿐만 아니라 박정진 신주영 추승우 등 청주 출신 선수들이 고르게 활약하며 청주 팬들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카림 가르시아도 청주 3연전에서 10타수 6안타 타율 6할로 타격감을 바짝 끌어올렸고, 이대수도 9타수 7안타 타율 7할7푼8리로 괴력을 뿜어냈다.
청주 팬들도 3연전 모두 7500석을 가득 채우며 한화에 열띤 성원을 보냈다. 한화는 내달 15~16일 롯데와의 2연전도 청주구장에서 가진다. 그때도 한화가 '약속의 땅' 청주구장에서 웃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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