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순간. 주장의 존재감이 드러났다.
삼성은 지난 25일 청주 한화전에서 9-3 승리를 거뒀다. 4회 한화 김회성에게 선제 스리런 홈런을 맞고 무너질 듯했지만 5회 이후 타선이 집중력을 발휘하며 전세를 뒤집었다. 그 중심에 바로 주장 포수 진갑용(37)이 있었다. 6회 솔로포, 7회 투런포로 연타석 홈런을 쏘아올리며 승부를 삼성 쪽으로 가져왔다. 진갑용의 활약으로 삼성은 4연패 사슬을 끊고 시즌 첫 3연전 싹쓸이 패배 위기에서 벗어났다.
4연패를 당한 지난 24일밤. 진갑용은 선수단을 소집해다. 이 자리에서 진갑용은 "독하게 해서 연패를 한 번 끊어보자"고 선수단 전체에 주문했다. 5연패를 당하면 삭발까지 하겠다는 각오였다. 25일 경기에서도 1회·2회·4회 3차례나 병살타가 나왔고, 스리런 홈런으로 기선제압을 당하며 분위기가 좋지 않게 흘러갔다. 하지만 삼성 선수들은 전날 주장의 말대로 독하게 달라붙었고, 기어이 승부를 뒤집는 저력을 발휘했다.

이날 경기 전에도 한화 한대화 감독은 진갑용을 가리켜 "갑돌이가 우리팀한테 유독 잘 친다"며 걱정을 내비쳤다. 한 감독의 우려대로 진갑용은 지난 2004년 4월6일 광주 KIA전 이후 7년4개월16일 날짜로는 무려 2695일 만에 한 경기 2홈런을 때렸다. 한 달 만에 3안타 경기까지 펼쳤다. 수비에서도 3회 한상훈의 2루 도루를 저지하고, 외국인 투수 저스틴 저마노와 호흡을 맞춰 한화 타선의 예봉을 꺾었다.
진갑용은 "모든 선수들이 굳은 각오로 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예전에는 양준혁 김한수 같은 선배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나와 강봉규 정도만이 고참으로 있을 뿐이다. 이제는 내가 분위기를 잡아야 한다. 연패에 빠져있을 때에는 주장으로서 좋은 말이든 나쁜 말이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팀의 주장으로서 연패에 빠지거나 분위기가 흐트러질 때 다잡을 필요가 있다는 뜻. 선수단을 소집한 다음날 주장은 보란듯 연타석 홈런을 때렸고, 선수들은 주장을 무조건 믿고 따랐다.
올해 류중일 감독은 사령탑 부임과 함께 진갑용에게 주장직을 맡겼다. 지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5년간 주장을 맡으며 팀을 이끈 통솔력에 주목했다. 류 감독은 "진갑용은 베테랑답게 통솔력이 좋다. 선수들이 잘 따르고, 선수단을 장악하는 능력 역시 뛰어나다. 코칭스태프와도 대화가 잘 통해 주장으로서 좋은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기대대로 진갑용은 최고참 주장으로서 선수단을 분위기를 적절히 아우르고 있다. 삼성이 1위를 굳건히 하고 있는 데에는 진갑용이라는 중심을 잡아주는 주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진갑용은 "경기를 할수록 2005~2006년의 팀 분위기가 살아난다"고 말했다. 2005~2006년 삼성은 페넌트레이스 1위로 한국시리즈를 2연패했다. 그때도 지금도 삼성 주장은 진갑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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