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미약했다. 국내 방송가 역사에 한참 뒤쳐지는 후발주자일뿐더러 채널 접근성에서의 한계 탓에 케이블은 늘 공중파에게 경쟁조차 되지 않는 상대로 여겨지기 일쑤였다.
무엇보다 기존 케이블이 가졌던 가장 큰 약점은 열악한 환경과 킬러 콘텐츠의 부재. 재능 있는 프로듀서와 작가 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형편없는 제작비 및 시설 등은 공중파의 ‘따라쟁이’ 신세를 면치 못하는 주된 이유였다.
이랬던 케이블이 180도 바뀌었다. 지상파 3사 방송사도 따라할 수밖에 없는 인기 콘텐츠들을 두고 이들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또 초대형 규모의 자체제작 프로그램들을 대거 선보이며 다채로운 볼거리로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고 있다. 방송가의 지각 변동이 현실화 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변화를 이끈 가장 큰 축에는 오디션 프로그램 원조 Mnet ‘슈퍼스타K’ 시리즈가 있다. ‘슈퍼스타K’는 오디션 및 서바이벌 방식이란 소재를 방송에 본격 차용, MBC ‘위대한 탄생’, KBS 2TV ‘톱밴드’, SBS ‘기적의 오디션’ 등 여러 아류작들을 탄생시키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이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 뿐 아니라 스타들이 주인공인 프로그램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초래했다.
프로그램의 어마어마한 인기는 곧 규모의 확대로 이어졌다. 특히 상금 규모 및 협찬사 등이 대폭 늘어났다. 2009년 시즌 1 첫 방송 당시 1억 원에서 시작했던 상금은 지난해 2억 원, 올해엔 5억 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부상으로 주어지는 자동차 브랜드 닛산 큐브를 비롯해 서울시까지 협찬사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더욱이 매해 놀라운 기록들을 쏟아냈던 ‘슈퍼스타K’는 이번 시즌 3의 경우 첫 방송부터 지상파 포함 시청률 순위에서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한 것은 물론, 거의 대부분의 참가자가 화제의 인물에 오르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들인 대규모 프로젝트 역시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상 최대 자동차 버라이어티 XTM ‘탑기어 코리아’나 미국 서바이벌 리얼리티 ‘도전! 수퍼모델’의 오리지널 한국버전 온스타일 ‘도전! 수퍼모델 KOREA 2’, 초대형 블록버스터 TV무비 채널 CGV ‘소녀K’, 최고의 레이싱 모델을 향한 치열한 경쟁을 담은 XTM '익스트림 서바이벌! 레이싱퀸 2'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BBC ‘탑기어’의 오리지널 한국버전 ‘탑기어 코리아’는 총 제작비 40억 원이 소요된 거대 프로젝트. 연예계의 소문난 자동차 마니아인 김갑수, 연정훈, 김진표가 합류해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 ‘아우디 R8’, ‘포르셰 터보 911 S’ 등 슈퍼카는 물론이고 ‘롤스로이스 팬텀’, ‘벤츠 마이바흐’ 등 드림카들로 꿈의 자동차 쇼를 펼쳐내 큰 관심을 얻고 있다. 오는 27일 방송되는 2회에서는 김갑수와 연정훈이 각각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와 ‘허머 H2’를 택시로 꾸며 서울 시내를 누비는 이른바 ‘슈퍼카 택시’ 운영에 나설 예정이다.
CJ E&M 방송부문 장현 경영기획본부장은 “2010년까지만 하더라도 대형 프로젝트의 경우 케이블 전체에서 동시기에 하나 혹은 많아야 두 개 정도가 눈에 띄는 것이 보통이었다”며 “최근에는 자체 제작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토요일 하루에도 3~4편의 대형 제작물이 연이어 시청자들을 찾아가고 있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그만큼 재미있는 볼거리가 많아진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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