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유라 인턴기자] "우리가 잘해서가 아니다".
5위 LG 트윈스와 8위 넥센 히어로즈는 23일 3연전 첫 경기 전까지 승차 9.5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러나 연장전 한 번 포함 치열한 접전 끝에 25일 두 팀은 6.5경기 차가 됐다. 올 시즌 팀간 전적은 넥센이 10승5패. 최하위 넥센의 드라마틱한 추격이었다.
이 3연전을 겪으며 양팀 감독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먼저 김시진(53) 넥센 감독은 "절대 우리가 잘해서 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25일 경기 전 "전날(24일) 장기영 실책을 보지 않았나. 뜬공을 놓쳤는데 그게 전화위복이 될 줄 몰랐다. 운이 따르려니…"라며 스스로도 LG전 연승에 대해 놀랍게 생각했다.
당시 상황은 이랬다. '작뱅'이병규는 24일 4회 무사 1,2루에서 우중간을 가르는 안타를 때려냈다. 모두 중견수 장기영이 잡았다고 생각했으나 장기영이 아슬아슬하게 글러브를 스치며 타구를 놓쳤다. 그러자 1루주자 이진영은 언더베이스를 생각하고 1루 베이스를 지키고 있었다.
반면 이병규는 안타일 것이라는 판단 하에 1루 베이스로 달리다 얼떨결에 이진영을 앞섰고, 결국 선행주자 추월이라는 보기드문 판정으로 아웃이 선언됐다.
그 사이 2루주자 '큰' 이병규는 3루 베이스를 돌아 홈으로 쇄도하다가 우익수-2루수-포수로 이어지는 중계 플레이로 홈에서 태그아웃됐다. 무사 1,2루가 2사 2루로 변한 아쉬운 찬스였다. 결국 LG는 이 이닝에 점수를 뽑지 못하고 고전하다 2-4로 패했다.
김시진 감독은 "그 전날(23일) 장기영이 실책한 게 있어서 또 실책인 줄 알고 눈앞이 캄캄했는데 이상하게 두 명이 잡히더라"며 "우리가 잘한 게 아니라 LG가 꼬였던 것 같다. 우리는 이상하게 운이 따랐나 그렇게 됐다"라고 LG전 연승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반면 넥센에 전반기 마지막 3연전에 이어 이번 3연전을 모두 내준 LG의 박종훈(52) 감독은 "넥센도 만만치 않은 팀"이라며 최하위의 반격에 대한 세간의 흥분을 경계했다.
박 감독은 25일 "넥센도 안정된 코치진과 뛰어난 투수 등 좋은 팀"이라며 "전력면에서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시즌 초부터 꼬였던, 그리고 트레이드 등 많은 상황들이 합쳐져 실력 외적인 면에 열세를 보이는 것 같다"고 LG의 넥센전 부진 이유를 분석했다.
박 감독은 "우리가 넥센한테 잘했던 적도 있는 것처럼 팀간 성적에도 사이클이 있는데 그것을 반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한게 아쉽다"고 말했다.
올 시즌 한 점 차 승부가 9번, 연장전이 5번일 정도로 만나기만 하면 치열한 두 팀의 싸움은 결국 심리전이었다. 넥센의 모 선수는 "LG를 만나면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부터 든다"며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말했다. 두 팀이 처음에 어떻게 꼬이기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제는 양팀의 앙숙관계가 고착된 것이다.
한편 LG에게 3연승을 거두는 동안 넥센이 24일 4할대에 오르며 프로야구 성적 평준화가 조금씩 진전되고 있다. 이처럼 상위팀이 하위팀을 항상 이겨야 할 필요는 없다. 다수의 팀끼리 먹고 먹히는 사슬 관계가 프로야구를 한층 더 탄탄하고 재미있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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