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의지가 강하느냐가 막판 100m를 결정하는 것 같다".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5,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도전이 시작된다. 피스토리우스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400m와 1600m 계주에 출전, 장애를 갖고 있는 선수로서 처음으로 비장애 선수와 경기를 펼치게 된다. 피스토리우스는 장애인도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
피스토리우스는 일명 '블레이드 러너'로 유명한 400m 스프린터다. 그에게 '블레이드 러너'라는 애칭이 붙은 이유는 그의 의족 때문이다. 그는 양 다리가 절단되어 의족을 착용하고 있다. 달릴 때에는 특수하게 제작된 의족을 착용하는데, 이 모양이 칼날과 같다 해서 '블레이드 러너'라고 불리고 있다.

많은 이목의 집중 때문일까? 피스토리우스의 부담감은 크다. 주위의 기대와 시선이 매우 많은 것도 있지만 자신 스스로에 대한 압박감 때문이다. 그는 26일 오후 대구시 중구 노보텔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이 확정된 이후 소용돌이와 같은 날을 보냈다"며 "기록을 잘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또한 남아공 대표로서 기록을 내서 메달을 따야 한다는 중압감도 있다"고 현재의 심정을 밝혔다.
그렇지만 자신감도 있었다. 컨디션이 무척 좋기 때문. 피스토리우스는 "내가 나라를 대표해서 다른 선수들과 경쟁하는 만큼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그러나 내 최고 기록에 가까운 성적을 낸다면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컨디션이 잘 갖춰져 있는 만큼 45초대의 실력만 나온다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내가 여기에 온 건 좋은 결과를 거두기 위해서 온 것도 있지만 많은 경험을 위해 참석하기도 했다"면서 "빨리 뛰는 것도 중요하지만 굉장히 많은 중압감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피스토리우스는 400m 대결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정신력을 꼽았다. 그는 "흔히들 달리기를 하면 자유로움을 느끼냐고 묻는데, 그런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300m가 넘으면 엄청난 피로가 몰려온다"며 "거기서부터는 정신력 싸움이다. 누구의 의지가 강하느냐가 나머지 100m를 결정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피스토리우스가 신체적인 불리함을 갖고 있다고는 하지만 정신력 만큼은 누구 못지 않은 부분이다.
한편 피스토리우스는 대구 세계선수권대회 이후의 일정에 대해 "코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대회가 끝나면 유럽으로 이동해 한 대회에 출전하고 3주 정도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10월정도부터 최선을 다해 런던 올림픽을 준비하겠다"고 답하며 "그리고 남은 6개월 동안 올림픽 A기준 기록을 넘길 수 있도록 하겠다. 4~5월, 늦어도 6월까지 기준을 통과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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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구=민경훈 기자 rumi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