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목동, 이대호 인턴기자] "아니 진짜 나 한국시리즈에서 1승 했다니까요".
26일 넥센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를 앞둔 목동 구장. 롯데의 왼손 파이어볼러 강영식(30)이 경기 전 훈련을 마치고 덕아웃에서 쉬며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강영식이 이날 가장 강조한 것은 바로 '한국시리즈 1승'의 경험이다.
강영식은 취재진에게 "제가 롯데 선수들 중에서 유일하게 한국시리즈에서 1승이라도 해 본 선수"라고 입을 열었다. 실제로 롯데는 1999년 한화 이글스와의 한국시리즈를 마지막으로 12년동안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롯데 현역선수 가운데 한국시리즈를 경험한 선수는 손민한과 조성환(1999년,롯데), 홍성흔(2001.2005.2007.2008년,두산) 그리고 강영식(2001.2002.2004.2005.2006년,삼성) 등이 있다.

강영식에게 삼성 시절 한국시리즈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프로 3년차였던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강영식은 6-9로 뒤진 9회초 등판했다. 큰 무대에서 긴장될 법도 했지만 강영식은 이종열 박용택, 매니 마르티네스 등 LG 중심타자를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처리하고 대역전극의 발판을 다졌다.
그리고 9회말, 너무나도 유명한 이승엽 동점 스리런-마해영 끝내기 연속타자홈런이 터지며 삼성이 대망의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워낙 9회말의 임팩트가 대단했기에 그 경기의 승리투수가 누구였는지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다. 강영식이 9년 전 기억을 더듬어 다시 꺼내놓은 것.
이어 강영식은 은사였던 김응룡 전 감독의 이야기를 꺼냈다. 2000년 해태에 입단하며 프로생활을 시작한 강영식은 그때 김응룡 감독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강영식은 "김응룡 감독님은 일단 덩치가 큰 선수를 좋아했고 공이 빠르면 더 좋아했다. 거기에 공을 왼손으로 던지면 끝난 이야기였다"며 웃었다. 강영식은 188cm의 키에 91kg의 몸무게로 훌륭한 신체조건을 갖춘데다가 지옥에 가서라도 데려온다는 왼손 파이어볼러였으니 김 전 감독의 조건을 완벽히 충족시키는 선수였다.
결국 김 전 감독은 2001년 삼성 감독으로 부임하며 외야수 신동주를 내주며 강영식을 삼성으로 데려온다. 그리고 겨울동안 강영식을 집중 관리하며 아낌없는 애정을 쏟았다. 강영식은 "당시 김 감독님이 광주로 데려가셔서 숙소에 묵게 하셨는데 아침마다 생양파 하나를 그냥 씹어서 먹게 하셨다"면서 "빈속에 먹어야 했기에 속이 쓰려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식단에 탄수화물은 없이 매번 햄버거, 쇠고기 등 육류만 계속 먹었다. 덕분에 입단 당시 74kg였던 몸무게가 15kg나 불었다"면서 "그렇게 먹고 매일 뜀박질을 했던 게 많이 도움이 됐다"며 웃었다.
강영식은 김 전 감독의 보살핌 속에 삼성에서 선수생활을 계속했지만 좌완 불펜 자리를 권혁에게 넘겨주며 지난 2006년 겨울 롯데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이후 강영식은 2008년 롯데의 8년 만의 가을야구에 일조하며 불펜의 기둥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롯데 이적 이후 아직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아보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
강영식의 바람은 하나다. 바로 올해 롯데의 한국시리즈 진출. 시즌 초중반까지 해도 롯데의 한국시리즈 진출은 먼 이야기로 느껴졌다. 하지만 롯데는 여름을 뜨겁게 불태우며 어느덧 3위까지 올라 2위 SK를 반 경기차로 뒤쫓고 있다. 그리고 강영식은 8월 9경기서 1승 4홀드 평균자책점 '0.00'으로 팀 뒷문을 철통같이 지키고 있다.
강영식은 "올해 한국시리즈 꼭 나가서 우승 해야죠"라며 밝게 웃었다. 프로 12년차 강영식이 롯데의 12년만의 한국시리즈 진출, 더 나아가 우승까지 이룰 수 있을까. 그의 가을 야구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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