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구가 빠른 편이기는 했으나 정상 수비 시프트. 그러나 민완 유격수는 3루 주자의 스타트가 늦었음을 파악하고 홈 송구 모험을 걸어 성공시켰다. 26일 잠실 삼성전서 2-3 역전패를 당한 두산 베어스. 그러나 주전 유격수 손시헌(31)의 빠른 판단이 바탕된 홈 송구는 주목할 만 했다.
손시헌은 26일 잠실 삼성전 2-0으로 앞선 6회초 무사 1,3루서 조동찬의 유격수 땅볼을 잡은 뒤 곧바로 홈에 송구, 홈으로 뛰던 3루 주자 정형식을 잡아냈다. 손시헌의 기지로 1사 1,2루 위기 상황 심화를 막은 두산은 좌완 이현승의 활약으로 6회 2-0 리드를 지켰다. 그러나 두산은 8회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2-3으로 패하며 3연패 늪에 빠졌다.

사실 6회초는 이날 경기의 승부처 중 하나였다. 경제적 투구로 마운드를 지킨 두산 선발 김상현은 사실 스프링캠프 동안 제대로 몸을 만들지 못했던 투수였다. 지난해 왼쪽 정강이 골지방종 수술을 받아 실전 감각은 물론 체력도 떨어졌으며 혹한기까지 겹쳐 비시즌 동안 총 1000개 미만의 불펜 투구수를 기록했다. 1회 시 최대 투구수는 70구.
올 시즌 많은 한계 투구수를 보여줄 수 없던 김상현이지만 이혜천, 페르난도 니에베의 연속 부상 이탈 등으로 인한 선발진 붕괴로 어쩔 수 없이 5선발로 나서고 있다. 비시즌 몸 만들기를 위한 훈련량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만큼 김상현의 경기 당 한계 투구수는 70개 미만 정도.
6회초 삼성은 정형식의 2루타와 김상수의 중전 안타로 무사 1,3루를 만들며 김상현의 구위가 떨어졌음을 알렸다. 그러나 김상수의 안타 시 2루에 있던 정형식은 귀루하려다 스타트가 늦어 뒤늦게 3루에 안착했다. 아직은 1군서의 경험이 많지 않아 타구 판단에 이은 베이스러닝 스타트가 빠르지 않다는 점. 손시헌은 이 점을 잘 이용했다.
조동찬의 유격수 앞 땅볼 시 수비 시프트는 정상 위치. 그러나 3루에 있던 정형식은 스킵 동작을 하다가 뒤늦게 홈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타구가 빠르기는 했으나 손시헌은 이를 잘 포착해 홈으로 재빨리 송구했다. 마침 포수 양의지도 길목을 잘 막고 있던 터라 돌아들어가려던 정형식은 그대로 홈에서 횡사했다.
상대가 추격해오는 과정인데다 4강권을 향한 문이 거의 닫히고 있는 시점에서 두산은 당장의 승리가 필요한 팀. 그리고 그로 인해 최근 두산의 경기 속에는 패배를 자초하는 무리수가 많았다. 지난 4년 간 매년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하는 등 상위권을 유지했던 팀인 만큼 갑작스러운 성적 하락에 선수들 또한 동요를 감추지 못하며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손시헌은 상대의 미숙한 점을 재빠르게 포착해 모험수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손시헌의 재치있고 과감한 홈 송구는 패배 속 묻어두기 아까웠던 장면인 동시에 '좀 더 일찍 이러한 플레이가 더 자주 나왔더라면'이라는 아쉬움을 자아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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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6일 잠실 두산-삼성전 6회초 조동찬의 유격수 땅볼 때 3루 주자 정형식이 홈에서 태그아웃되는 장면./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