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 주말 일기예보에 '유독' 주목하는 이유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1.08.27 07: 03

[OSEN=목동, 이대호 인턴기자] 주말 목동구장 기상 상태에 따라 울고 웃게 생겼다.
26일 넥센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를 앞둔 목동구장. 감독실에서 만난 넥센 김시진(53) 감독은 잔여경기 일정표가 그려진 벽을 걱정 어린 눈길로 계족 주시하고 있었다.
김 감독은 "이번 주말에 전국적으로 비 예보가 있던데 만약 두 경기 중에 하나라도 비로 연기되면 바로 29일 월요일에 그 경기를 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되면 우리 팀은 쉬지도 못하고 팔도 유람을 하게 생겼다"고 푸념했다.

올 여름은 기록적인 강우일수를 기록하며 숱한 경기 연기를 남겼다. 결국 밀린 경기들을 편성하다 보니 불가피하게 예비일(발표된 잔여경기 일정 가운데 다시 연기되면 편성되는 날짜)을 월요일로 정하게 됐다. 넥센와 롯데의 주말 3연전 가운데 한 경기라도 취소되면 29일 월요일에 두 팀은 경기를 가져야 한다.
그렇게 되면 넥센의 이동거리는 무척 길어진다. 보통 주중 3연전을 앞두고 월요일을 이동일로 정해 여유있게 일정을 가져가는 편이다. 그렇지만 넥센이 만약 29일 월요일 경기를 갖게 되면 휴식 없이 원정 6연전을 치러야 한다.
넥센은 우선 30일 광주로 이동해 KIA와 한 경기를 치르게 된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인 31일 잠실로 이동해 두산과 두 경기를 치른다. 마지막으로 다음달 2일부터 대전에서 한화와 경기를 치르면 원정 6연전이 끝난다. 결국 넥센은 일주일 사이에 서울-광주-서울-대전을 오가는 강행군을 피할 수 없는 것.
김 감독은 “짐승도 쉬게 해주며 부려먹어야 한다”며 월요일 경기에 대한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야구 선수도 인간이기에 일주일에 딱 하루 쉬는 월요일에 가정이 있는 선수들은 가족도 보고 여자 친구 있는 선수들은 애인도 만나고 싶어 한다”면서 선수들을 먼저 걱정하는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그래서 그냥 월요일은 쉬는 날로 두고 경기가 밀리면 더블헤더를 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싶다”고 의견을 표했다.
실제로 계속된 경기 연기로 월요일 경기와 더블헤더에 대한 가능성이 점쳐졌을 때 8개 구단 감독 가운데 김 감독만 유일하게 더블헤더를 주장했다. 그렇지만 결국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우선순위를 잔여경기 일정-월요일 경기-더블헤더 순으로 정했다.
또한 김 감독은 이듬해 140경기로 늘리기로 한 결정에 대해서도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올해보다 7경기나 더 하는데 이제 우리나라도 기후가 바뀌어 내년도 올해처럼 장마가 아닌 ‘우기’처럼 비가 올 수도 있다”면서 “만약 그렇게 되면 그땐 어떻게 일정을 짤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모두를 만족시키는 정책은 있을 수 없다. 다만 보다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음과 동시에 반대쪽의 피해도 최소화 시켜야 한다. 이때 선수들의 ‘쉴 권리’를 앞세운 김 감독의 목소리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140경기 시대가 펼쳐질 2012년, 야구계는 이번 시즌이 끝나면 하루라도 빨리 일정 편성에 더 많은 의견을 모으고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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