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복투' 속 가능성 보여 준 김상현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8.27 10: 34

선발로서 확실히 몸이 갖춰져있지 않았음에도 그는 굉장히 경제적인 투구로 승리 요건을 채웠다. 그러나 팀은 후반 역전을 허용하며 그에게 선발승을 선물하지 못했다.
 
26일 삼성 라이온즈에 2-3 역전패를 당한 두산 베어스에 5⅓이닝 무실점투를 선보인 우완 김상현(31)의 활약은 의미가 있었다. 김상현은 26일 잠실 삼성전에 선발로 등판, 5⅓이닝 70구 4피안타(탈삼진 1개, 사사구 1개) 무실점하며 2-0로 앞선 가운데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러나 시즌 3승째를 거두지 못했다.

 
팀이 8회초 3점을 내주며 김상현의 승리 요건이 날아갔기 때문. 그와 함께 팀은 최근 3연패 부진에 빠졌다. 시즌 전적 42승 2무 55패(7위, 26일 현재)로 4위 KIA(62승 53패)에 11경기 차까지 벌어진 만큼 사실상 두산의 4강 진출은 산술적 가능성 정도만 남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김상현의 호투는 분명 다음 시즌을 향한 가능성을 비췄다. 2001년 제주한라대를 졸업하고 2차 1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김상현은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1군 투수진에 가세했다. 2008시즌에는 선발-계투를 오가며 6승 2패 평균자책점 2.44의 호성적을 올렸을 정도. 2009년에도 7승을 올리며 전천후 투수 노릇을 했던 김상현이다.
 
그에게 시련이 닥친 것은 2010년 초. 전지훈련에서도 페이스가 좋은 편이 아니던 김상현은 3월 성균관대와의 연습경기서 직격 타구에 왼 정강이를 맞는 불운을 맛보았다. 단순 타박상인 줄 알았던 부상은 정밀 검진 결과 뼈 속에 지방이 군데군데 스며든 골지방종으로 밝혀지며 어이없이 시즌 아웃되었다.
 
한 시즌을 통째로 쉬면서 어깨 피로도는 사라졌으나 문제는 실전 감각을 잃어버렸다는 점. 특히 그는 전지훈련 명단에 포함되지 못하면서 국내 잔류군에서 찬 바람을 맞으며 훈련해야했다.
 
"불펜 투구 시 한 번에 70개 정도의 공을 던졌어요. 총 투구수로 보면 1000개가 안되고. 잔류군 투수들까지 돌아봐도 많이 못 던진 축입니다. 냉정히 생각하면 제 스스로도 올해 선발로 뛸 체력을 갖추지는 못했다고 봅니다". 어깨 피로가 사라진 만큼 복귀 초반 좋은 구위를 보여주다가도 갑자기 구위가 시들해진 데에는 체력이 온전히 갖춰지지 못한 이유도 컸다.
 
절치부심하다 페르난도 니에베의 팔꿈치 부상으로 빈 자리를 채운 김상현. 그러나 26일 삼성전은 분명 의미가 있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2km로 최고 149km까지 던지던 2~3년 전에 비해 떨어졌으나 통타를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한 안배가 돋보였다. 3년 전 익힌 135km의 슬라이더도 예리하게 스트라이크존을 갈랐다.
 
예전부터 이어졌던 '박복한' 타선 지원으로 인한 역전패를 바라보며 선발승 기회를 날려버린 김상현. 그러나 선발로서 제대로 몸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서도 과감한 투구로 무실점 쾌투를 펼친 김상현의 26일 활약은 남은 시즌을 넘어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했다. 그는 아직도 실전 감각을 회복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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