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바티스타, 한밭벌 달군 광속구 대결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8.27 07: 00

161km, 160km, 159km, 157km, 155km. 평소 쉽게 볼 수 없는 스피드가 전광판에 계속 찍혔다. 한밭벌이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외국인 투수들의 광속구 대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LG 레다메스 리즈(28)와 한화 데니 바티스타(31)가 연출한 26일 대전구장 풍경이었다.
리즈와 바티스타는 같은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으로 150km 중반대 광속구를 던지는 파이어볼러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두 선수는 도미니카리그에서 같은 팀 소속으로 한솥밥으로 먹으며 친분을 다졌다. 개인적으로 잘아는 사이. 그리고 이날 두 투수는 한국에서 같은 이닝은 아니었지만 같은 경기에서 놀라운 광속구 대결을 벌였다.
포문은 LG 선발 리즈가 열었다. 지난 3월13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시범경기에서 최고 160km 광속구를 뿌리며 화제를 모은 리즈는 이날 대전구장에서 다시 한 번 일을 냈다. 2회말 이대수에게 던진 초구가 160km가 찍혔다. 최고 구속과 관련된 기록은 공식적으로 기록되지 않는 비공인 기록이지만 페넌트레이스 정규경기에서 투수가 160km대를 던진 건 이날 리즈가 처음. 그러나 3구째 던진 159km 직구가 이대수의 헬멧을 맞히는 아찔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리즈는 4회말 카림 가르시아를 상대로 던진 2구째 직구가 무려 161km까지 찍혔다. 2회 자신이 기록한 160km를 뛰어 넘는 한국프로야구 최고 구속 신기록. 불과 2회 만에 자신을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이날 리즈는 최고 157km 포함 평균 150km 중반대 직구를 뿌리며 가공할 만한 볼 스피드를 자랑했다. 이날 리즈는 105개 공 중에서 71개를 직구로 던졌다. 6이닝 5피안타 2볼넷 2사구 1실점(비자책)으로 퀄리티 스타트. 그러나 1-1 동점 상황에서 내려가 승리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리즈가 내려간 뒤에는 한화 바티스타 타임이 이어졌다. 8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바티스타는 작심한 듯 직구 위주로 던졌다. 이날 경기 전까지 국내에서 바티스타의 최고 구속은 156km. 하지만 8회초 정성훈을 상대로 던진 바티스타의 5구째 직구는 무려 157km까지 찍혔다. 이어 6~7구 모두 155km 직구로 승부해 헛스윙 삼진 잡고 하늘을 가리켜 포효했다. 이에 한화 구단 관계자는 "바티스타도 정말 대단한데 왠지 초라해 보인다"며 농담을 던졌다.
하지만 바티스타도 무시무시했다. 그는 연장 11회까지 4이닝을 4피안타 2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LG 타선을 꽁꽁 틀어막았다. 한국 무대 데뷔 후 가장 많은 4이닝 65구를 던지는 위력투를 펼쳤다. 특히 4이닝째가 된 11회에도 최고 154km 포함 150km대 직구를 거침 없이 뿌렸다. 투구수 60개가 넘어도 볼 끝이 묵직했다. 140km 중반대 커터와 130km 중반대 커브로 스피드의 진수를 보여줬다.
이날 구심을 맡아 리즈와 바티스타의 광속구를 포수 바로 뒷자리에서 지켜본 최규순 심판원은 "구속과 볼끝의 움직임만 놓고 보면 리즈가 더 낫다. 하지만 몸쪽과 바깥쪽으로 코너워크를 할 수 있는 능력은 바티스타가 뛰어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편, 종전 한국프로야구 최고 구속 기록은 2003년 SK 엄정욱과 2007년 롯데 최대성이 기록한 158km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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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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