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뒷심이 놀랍습니다.
7월 초순까지만 해도 팀 승률 4할대로 6위에 머물러 올해는 ‘가을 잔치’에 참석하기가 힘들 것으로 보이던 롯데는 8월들어 한때 2위를 질주하던 LG를 제치고 4위로 올라서고 25일에는 전반기 1위였던 KIA를 앞서 승률 5할3푼9리로 3위로 올라섰습니다.
이렇게 전반기에서 포스트시즌 진출이 어렵게 보이던 팀이 무섭게 치고 올라가 한국시리즈까지 나간 사례는 공교롭게도 후반기들어 롯데와 4강 다툼을 벌이던 LG 트윈스가 지난 2002년에 펼친 드라마와 비슷합니다.

당시 LG는 2000년에 매직리그 1위였다가 2001년에 성적이 떨어지자 시즌 중간에 이광은 감독을 사퇴 시키고 김성근 감독을 대행으로 영입한 후 2002년을 맞았습니다.
김성근 감독은 그 해 오키나와 훈련을 마치고 4강을 자신했습니다. 하지만 초반 삼성, 현대, 두산 등 강호와 대전에서 반타작을 노렸으나 2승7패로 참담했습니다. 김 감독이 믿었던 (큰)이승호, 외국인 투수 만자니오, 안병원, 신윤호가 무너졌고 에이스 이상훈은 일본-미국에 갔다가 돌아왔으나 컨디션 조절 중이어서 6월 초까지 두달 이상 7위에 머물렀습니다.
대반전은 이상훈이 복귀하면서 에이스 몫을 해주고 이승호, 최향남, 이동현, 최원호 등이 마운드에서, 부상에서 돌아온 유지현과 김재현 등이 투혼을 발휘한데 힘입어 8월 8일에 4위를 굳히면서 리그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습니다.
그리고 준플레이오프에서 전년도 챔피언 현대를 2연파하고 플레이오프에서는 KIA한테 3승2패로 신승하고 한국시리즈에 올라가 삼성과 대결했습니다.
최종 시리즈에서도 삼성에 1승3패로 몰렸다가 5차전에서 8-7로 아슬아슬하게 이기고 6차전에서는 8회까지 9-6으로 앞서 최종 7차전을 눈앞에 두었습니다.
그러나 삼성은 9회말 1사후 이승엽이 이상훈을 상대로 동점 스리런 홈런을 날리고 이어서 마해영이 최원호로부터 끝내기 솔로홈런포를 쏘아 올렸습니다.
한국 프로야구사에 길이 남을 9회말 이승엽과 마해영의 홈런으로 삼성은 창단 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이란 축포를 터뜨렸지만 LG도 기적 같은 드라마를 연출하며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한 2002년이었습니다.
롯데의 올해 후반기 기세는 9년전 트윈스와 흡사합니다.
7월 26일 후반기가 시작된 후 롯데는 타선이 살아나고 불펜진이 탄탄해지면서 상승기류를 탔습니다. 전준우와 손아섭, 강민호가 매서운 타격감을 계속 보여줬고 유격수 문규현이 1할대 타율에서 3할대 중반의 맹타에 특히 득점기회마다 타점을 올려 앞장 섰습니다.
부진했던 중심타자 홍성흔이 제 페이스를 찾기 시작하고 부상으로 장기간 빠졌던 김주찬이 복귀해 자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또 발목과 허벅지, 허리 부상으로 고생하던 주포 이대호가 컨디션이 조금씩 나아져 타격왕다운 모습을 보여줘 후반기 팀 타율이 무려 3할1푼6리에 경기당 평균 득점이 전반기 4.9점에서 6.2점으로 부쩍 늘어나 상대 마운드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KIA, LG와 더불어 취약했던 불펜은 강영식, 임경완, 이재곤, 김사율 등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살아나 평균자책점 1점대의 삼성보다 앞선 짠물 피칭으로 선수단 전체에 안정감을 주고 있습니다.
롯데의 이 같은 깜짝 도약은 KIA와 LG의 주전선수 줄부상과 SK의 김성근 감독 전격 경질 사태 등 경쟁팀들의 악재를 틈타기도 했으나 선수들의 장마와 무더위를 이겨낸 컨디션 조절이 주 원인으로 보입니다.
페넌트레이스 잔여 경기가 롯데는 28경기가 남아 있어 앞으로 한두차례 정체기가 올 수도 있으나 포스트시즌에서 대결할 것으로 예상되는 KIA와 맞대결 성적은 12승6패로 압도적이고 SK와는 6승8패로 약간 열세, 삼성과는 7승7패1무승부로 백중세여서 올해 롯데의 ‘가을 야구’는 지난 3년간 매번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하고 탈락한 허망한 모습과는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OSEN 편집인 chuni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