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유라 인턴기자] 3-2, 2-1, 3-2, 1-1. 축구 스코어보드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지난 26일 전 구장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이날 잠실,목동,대전,광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는 올 시즌 4경기를 치른 날 중 최소 득점을 기록했다. 이날 네 구장에서 뽑아낸 점수는 총 15점이었다. 팀 별로는 삼성과 KIA의 3점이 가장 많은 득점이었다. 이전까지 최소 득점은 8월 18일 나온 18점이었다.
먼저 잠실구장에서는 두산이 4,5회 한 점씩을 내 달아났으나 8회 박석민의 결승타로 3점을 뽑아낸 삼성이 3-2 역전승을 거뒀다. 9회 올라온 삼성의 오승환이 15경기 연속 세이브 행진을 이어가면서 두산은 재역전의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그사이 목동구장에서는 넥센이 4회 강정호의 솔로 홈런으로 앞섰지만 7회 손용석의 역전 결승 2루타가 터지며 롯데의 2-1 승으로 끝났다. 두 팀 모두 계속된 찬스를 번번이 날리며 '변비' 야구를 펼쳤다.
광주구장은 KIA와 SK가 쫓고 달아나는 경기를 벌인 끝에 김선빈의 결승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KIA가 3-2 승리를 거두며 3연패에서 벗어났다. SK의 브라이언 고든은 이날 6이닝 2실점을 기록하면서 6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를 이어갔다.
이날 가장 아쉬웠던 대결은 대전구장에서 나왔다. 한화와 LG는 양팀이 6명씩의 투수를 잇달아 투입하면서 치열한 투수전을 벌인 끝에 12회까지 우열을 가리지 못하고 1-1 무승부를 거뒀다. 정말 축구 스코어라고 해도 믿을 만한 성적이었다. 특히 이날 광속구를 내세운 LG 선발 레다메스 리즈는 전광판에 161km를 마크하며 비공인 한국 최고구속 신기록을 세웠다.
이날 점수가 터지지 않아 답답한 팬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득점이 많은 경기와 적은 경기 중 어느 것이 더 좋은 경기인지를 판가름할 수 있는 기준은 없다. 득점이 많은 경기에서는 타자들이 좋은 모습을 보였고, 반대로 득점이 거의 없는 경기는 투수들이 좋은 구위로 타자들을 압도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득점 찬스가 있었지만 야수들의 호수비에 막혔다면 진기명기에 가까운 플레이를 볼 수도 있다.
25일 8개 팀의 선발투수들은 두산의 김상현과 한화의 유창식을 제외하고는 모두 퀄리티 스타트를 거뒀다. 투고타저의 경기를 보여준 셈이다. 김상현과 유창식도 각각 5⅓이닝 무실점, 5이닝 1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에 가까운 성적을 올렸다. 전날(24일) 삼성 저스틴 저마노와 롯데 장원준을 제외하면 5회를 버틴 선발투수가 없었던 것과는 반대다. 이날 8개 팀은 총 44득점을 올렸다.
한편 올 시즌 가장 많은 점수가 나온 날은 지난 4월 9일 59점이다. 8월 25일과는 거의 4배 차이. 이날은 두산이 KIA와 난타전 끝에 10-9 신승을 거뒀고, 넥센이 롯데를 12-6으로 꺾었다. 이어 SK가 삼성을 5-4로 이겼고, LG는 일방적인 몰아치기로 한화에 11-2 승리를 거뒀다.
투수들이 타자들을 제압하는 이른바 '투수놀음'을 즐길 것인지, 타자들이 몰아치기의 위엄을 보여주는 '타격쇼'를 볼 것인지는 전적으로 팬의 기호에 달렸다. 선수들은 언제나 그라운드 위에서 자기 역할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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