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저 녀석은 나한테 언제 쏠려나?"
27일 대전구장. 경기 전 1루 덕아웃에서 한화 한대화(51) 감독이 먼발치의 LG 외야수 이병규(37)를 바라보며 한마디 툭 던졌다. 한 감독은 "올스타전 때 그렇게 이기고 포옹까지했는데 연락 한 번 없더라. 언제 한 턱 쏘려는지 모르겠다"며 묘한 웃음을 띄었다. 그즈음 타격훈련을 준비하던 이병규가 한 감독에게 꾸벅 인사했다. 그러자 한 감독은 "너 이리 와봐"라며 이병규를 덕아웃 앞으로 불러세웠다.
한 감독은 "너, 올스타전 기억 안 나냐. 내가 그렇게 포옹까지 해서 MVP 받았잖아. LG에서 등번호 9번도 물려줬는데 대체 언제 한 턱 쏠겨?"라고 쏘아붙였다. 그러자 이병규도 만면에 웃음을 띄며 "언제 어디에서든 연락만 주십시오. 뭘 드시는 게 좋으실까요"라고 화답했다. 이에 한 감독은 "우리 자장면이나 한 번 먹자. 자장면 좋아하냐"고 물었고, 이병규도 "뭐든지 괜찮다"며 융숭하게 대접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때 LG 김기태 수석코치가 나타났다. 김 코치는 모자를 벗어 한 감독에게 인사했다. 얼마전 삭발을 감행한 김 코치의 머리를 보고 흠칫 놀란 한 감독은 "이야, 무슨 머리를 그렇게 잘랐냐. 오지환도 그렇고 여기가 무슨 절이냐"며 "내가 동국대 출신인 건 또 어떻게 알고 머리들을 잘랐나 보네. 어느 절에 보내줄까. 김 코치는 선운사, 오지환은 불국사 어떤가"라며 껄껄 웃었다.
이어 화제는 한 감독의 '용안'으로 넘어갔다. 이병규가 "감독님은 어떻게 점점 더 젊어지시는 것 같다"고 운을 뗐고, 김 코치가 "원래 잘 생기셨어"라고 거들었다. 이에 이병규는 "감독님 젊었을 때 모습을 TV로 봤다. 1982년의 앳된 모습을 봤는데 잘 생기셨더라"고 맞장구쳤다. 이에 한 감독도 "그렇지, 그때는 내가 잘 생겼을 때지"라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한창 대화를 나눈 뒤 허기가 졌을까. 타격훈련을 위해 뒤돌아선 이병규를 의식한듯 한 감독은 "오늘은 자장면이나 한 번 먹어볼까"라며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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