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틈이 없다. 지칠 법도 하지만 10년 넘게 차이나는 새까만 후배들과 함께 구슬땀을 쏟아냈다. 주인공은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박한이(32).
지난 27일 오전 경산 볼파크에서 만난 박한이는 "성적 부진 탓에 이곳에 온 건 2년 만이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박한이는 2001년 데뷔 후 10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를 달성할 만큼 기복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는 올 시즌 타율 2할4푼1리(340타수 82안타) 3홈런 20타점 58득점으로 아쉬움을 삼켰다. 지금껏 그가 보여줬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박한이는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졌다"고 털어 놓았다. 경기 전 특타 훈련을 거듭했지만 일시적이었다. 6월 3할대 맹타(.366)를 휘두르며 정상 궤도에 진입하는 듯 했으나 지난달 타율 1할9푼4리에 이어 이번 달에도 1할6푼으로 고개를 떨궜다.

박한이는 "6월에 되는가 싶었다. 상승 분위기를 타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내 폼을 잃어 버렸다. 그러다 보니 타석에서 자신감이 떨어졌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강기웅 2군 타격 코치와 함께 조금씩 제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타격 훈련 때 강한 타구를 때린 뒤 "경기할때 이런게 나와야 하는데"라고 미소를 짓기도 했다.

박한이는 "코치님께서 타이밍을 잡는 자세와 밸런스에 대해 강조하신다. 조금씩 잡혀가는 느낌"이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욕심 때문에 무너진 것 같다. 이제는 마음을 비우려고 한다"고 무심 타법을 선보일 각오. 강 코치 역시 "1군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던 선수인 만큼 제 모습을 되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 타율 3할8푼1리(21타수 8안타) 1홈런 6타점으로 MVP를 차지했던 박한이. 정규 시즌에서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그는 가을 무대를 벼르고 있다. 가슴 한 켠에는 지난해의 영광 재현을 위해 독기를 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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