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2차 1순위로 파란 유니폼을 입은 차우찬(24)은 수년간 '새가슴'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지난해 데뷔 첫 두 자릿수 승리 달성과 더불어 승률왕 타이틀을 품에 안으며 사자 군단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양일환 삼성 2군 투수 코치는 좌완 기대주 박민규(21)의 활약을 기대했다. 4년이라는 인고의 세월을 거쳐 에이스로 자리잡은 차우찬의 사례처럼.
경남고를 졸업한 뒤 2009년 삼성에 입단한 박민규는 3년간 1군 무대에서 승리없이 2패(평균자책점 5.34)에 그쳤지만 2군 무대에서 체계적인 선발 수업을 받으며 하루가 다르게 성장 중이다. 2군 성적은 3승 1패(평균자책점 3.70)에 불과하지만 최근 들어 눈에 띄게 좋아졌다. 특히 51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삼성의 닥터 K로 불리고 있다. 25일 한화 2군 경기에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6⅓이닝 1피홈런 1볼넷 9탈삼진 1실점으로 잘 막았다.
27일 오전 경산 볼파크에서 만난 양 코치는 "박민규가 많이 좋아졌다. 주무기인 커브가 눈에 띄게 향상됐다"고 칭찬했다. 고교 시절부터 커브를 주무기로 상대 타자를 압도했던 그였지만 프로 데뷔 후 자신이 원하는대로 커브를 구사하지 못했다. 지금은 포수가 원하는 코스대로 꽂아 넣을 만큼 좋아졌단다. 커브로 자신에게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생긴 뒤 컨트롤과 자신감까지 덩달아 좋아졌다. 그리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의 위력까지 배가 됐다. 또한 좌타자 뿐만 아니라 우타자와의 승부에서도 강한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양 코치는 "삼진이 증가했다는 것은 상대 타자가 치기 힘들다는 뜻"이라며 "힘도 많이 붙었다. 공을 때리는 능력이 많이 향상됐다. 직구 구속이 130km 후반에 불과하지만 볼끝이 좋아 체감 속도는 그 이상이다. 두뇌 피칭이 돋보이는 박민규는 예년보다 향상된 자신감을 바탕으로 내년 시즌 1군 무대를 노크할 각오. 양 코치는 "좌완 투수라는 이점도 있으니 내년에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이라며 "차우찬도 프로 5년차가 된 뒤 자리를 잡았는데 박민규 역시 예년보다 힘도 많이 붙었으니 괜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 코치는 우완 기대주 명재철(22)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팀내 다승 선두(8승)를 달리는 명재철은 140km 중후반의 묵직한 직구가 강점. 그동안 컨트롤이 들쭉날쭉했으나 최근 들어 많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 코치는 "직구 구속 뿐만 아니라 무브먼트가 좋다"고 호평했다. 슬라이더와 커브를 구사하는 명재철은 현재 투심 패스트볼을 연마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젋은 투수들의 기량이 한 단계 향상돼 고무적"이라고 흡족한 표정을 지은 양 코치는 "올 시즌이 끝난 뒤 동계 훈련을 거치면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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