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넥타이여 안녕...이제 회색 넥타이의 시대".
황선홍 포항 감독이 지난 27일 경남 FC전에서 1-0으로 승리한 뒤 미소를 지으며 꺼낸 얘기다.
일종의 징크스 개념이었다. 황선홍 감독은 올 시즌 주요 경기에서 빨간 넥타이를 고집했다. 빨간 넥타이를 매는 날에는 극적인 승리가 많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경기가 지난 5월 15일 전북 현대와 홈경기다. 포항은 0-2로 뒤지던 상황에서 후반에만 내리 세 골을 터트리며 극적인 뒤집기에 성공했다.
지난달 27일 FC 서울과 FA컵 8강전도 마찬가지다. 서울에 약세를 보였던 포항은 전후반 90분을 2-2로 비긴 뒤 돌입했던 연장전에서 노병준의 극적인 연속골에 힘입어 4-2로 승리했다.
황선홍 감독이 "빨간 넥타이만 매면 극적으로 이긴다"고 강조할 만했다.
그런데 요즈음 빨간 넥타이의 힘이 신통치 않았다. 8월 21일 전북 현대와 원정 경기에서 1-3으로 참패했을 뿐만 아니라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성남 일화와 FA컵 준결승전에서도 0-3으로 무릎을 꿇은 것.
황선홍 감독은 변화를 꾀했다. 그 동안 잘 매지 않았던 회색 넥타이에 맞춰 회색 양복으로 갈아입었다. 다행히 결과가 좋았다. 경남 역시 탄탄한 준비로 맞섰지만, 노병준이 극적인 결승골을 터트리며 승리를 손에 넣었다.
황선홍 감독은 "축구만 빼고 모두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었다"면서 "회색 넥타이로 바꾸고, 그 색깔에 맞춰 안경과 옷을 입었다. 다음 경기에도 이렇게 입을 생각이다. 계속 이긴다면 당분간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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