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없었다면 '국민MC' 강호동 없었을텐데…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1.08.28 10: 23

[OSEN 취재석] 강호동의 하차 논의 한방에 KBS 2TV 주말 버라이어티 '해피선데이-1박2일'이 종영을 예고했다. 대외적인 명분(?)은 "멤버 전원이 함께 하지 못하는 '1박2일'은 상상할 수 없다. 처음과 끝을 모두가 함께 하겠다"는 것이었지만 이수근이나 은지원, 엄태웅 등이 '1박2일'을 떠나겠다고 한 적은 없기에 결국 강호동의 뜻이 그들의 운명을 좌우한 셈이나 다름이 없다.
 
이처럼 강호동이 없는 '1박2일'은 쉽게 상상할 수 없다. 강호동 하차설이 불거진 초기, 네티즌이 모여 하차 반대 청원 운동을 벌이고 시청자 게시판에 강호동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애절한 목소리가 가득했던 것에서 그의 영향력과 존재감은 입증되고도 남았다. 여기서 반대로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1박2일'이 없이 오늘 날 '국민MC' 강호동은 탄생할 수 있었을까.

 
결국 '1박2일'과 강호동은 서로 필요충분조건을 만족시킨 셈이다. 천하장사 강호동이 씨름판을 등지고 연예계에 입문한 것은 지난 1993년의 일이다. 그러고 보면 어느덧 방송 인생 20년이 코앞인 강호동은 물론 여러 개의 히트작을 가졌다. 현재 출연 중인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나 SBS '스타킹'과 '강심장'은 물론이거니와 과거 MBC '강호동의 천생연분'이나 SBS '야심만만' 'X맨' 등 지금도 회자되는 굵직한 예능 프로그램들의 심장부에는 늘 강호동이 있었다.
 그가 '국민MC' 타이틀을 달고 유재석과 함께 수년간 예능MC 양대 산맥 위치에 자리할 수 있는 것은 20년에 가까운 그간의 행적과 노력들이 차곡차곡 쌓인 덕택일 것이다. 강호동이 진행하면 그  프로그램은 시청률이 올랐고 화제를 모았으며 광고가 완판 된다는 공식이 성립된 것은 결코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도 '국민MC' 강호동이 탄생하기까지 가장 큰 힘을 보탠 것은 바로 '1박2일'이란 사실은 자명하다.
 
강호동은 지난 2007년 8월, '1박2일' 출범 당시부터 리더로 활약했다. 이 코너를 통해 전국 각지를 돌며 주말마다 안방의 시청자들과 만났다. '1박2일' 시작 전에도 분명 인기 높은 MC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남녀노소를 불문한 대중적 인지도, 특히 친화적이고 유연한 캐릭터를 만들게 된 데는 분명 '1박2일'에서의 활약상이 주효했다. 특수 팬덤이나 반짝 인기가 아닌, 전국민적인 관심과 사랑을 얻은 것은 바로 이 코너 때문이었다. '1박2일'의 시청률이 날개를 달고 예능 사상 최초로 40%를 돌파하는 등 승승장구할수록 그의 손을 덥석 잡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늘어났다. 조금 과장을 하자면 그보다 선배인 이경규는 몰라도 강호동을 모르는 노인네들은 이제 보기 드물 정도 아닌가.
 
강호동이 없다고 '1박2일'의 수명이 다하는 것처럼 얘기들을 한다. 물론 현 상황에서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생각해 볼 것은 '1박2일'이 없이 지금의 강호동이 있을 수 있느냐하는 문제다.
 
윤가이 기자 issue@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