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 아직 뭐 모르는 일이지".
겸손하고도 신중한 입장이지만 그는 이미 팀을 선두 굳히기 모드로 운용 중이다.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의 시선은 그렇게 정상을 향해 있다.

27일 잠실 두산전서 연장 11회 오정복의 우익수 뜬공 이후 상대 우익수 정수빈의 아웃카운트 착각이라는 행운에 편승, 2-1 연장 승리와 함께 3연승을 달린 삼성. 이날 삼성은 12개의 안타와 2개의 볼넷을 얻어내고도 2득점-0타점의 빈타로 허덕였고 투수는 선발 장원삼에 이어 마무리 오승환까지 총 7명을 투입했다.
어려운 경기였지만 어쨌든 상대 타선도 잡아내며 귀중한 승리를 얻었다. 그와 함께 삼성은 시즌 전적 63승 2무 41패(27일 현재)를 기록하며 선두 자리를 흔들림없이 지켰다. 지난 26일 류 감독은 페넌트레이스 제패 및 한국시리즈 직행을 위한 마지노선 승수는 77승~78승으로 예상했다.
"29경기가 남았다.(25일 기준) 이 남은 경기서 16승~17승을 더하면 한국시리즈 직행을 결정지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류 감독의 이야기 후 이틀이 지난 현재 삼성은 2위 SK와 6경기 반 차로 여유있는 위치에 올라있다.
3위 KIA가 6경기 차로 격차는 더욱 좁지만 그들은 이미 116경기를 소화, 정규 일정 후 추후 일정 돌입 시 타 팀들의 운용을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다. 4위 롯데의 상승세를 경계할 만 하지만 그들도 삼성과는 7경기 차이가 난다. 여러모로 삼성은 여유있는 위치에 있다.
"9월이 되면 좀 더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때는 일정도 여유있으니 4~5선발 투수를 계투로도 활용해보고자 한다. 포스트시즌에 대비하는 것이냐고?(웃음) 그렇게 생각하셔도 되겠다".
이미 삼성은 27일 경기서 정인욱을 계투로 투입했다. 연장으로 돌입해 경기 운용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오리무중인 상태서 류 감독은 선발로도 기회를 얻던 정인욱을 투입했다. 정인욱은 1,2군을 오가면서도 선발 로테이션 일정에 따라 마운드에 오르던 '미래가 더 기대되는' 선발 유망주다. 그리고 한국시리즈에 직행한다면 스윙맨 노릇을 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
"장원삼은 좌완 릴리프보다 선발로 더욱 매력적이니까. 원삼이는 되도록이면 선발로 활용하고 싶다. 그러나 그 외의 선발 투수는 다음을 생각해 계투로 나설 수도 있다".
장원삼 외에도 지난 26일 7이닝 2실점으로 시즌 10승을 거둔 윤성환은 27일 1군 엔트리 말소되었으나 1군 선수단과는 동행한다. 다음 열흘 간의 일정 상 삼성은 30~31일 사직 롯데 2연전 이후 9월 6일 한화전까지 경기를 치르지 않는다.
반대로 생각하면 윤성환은 한국시리즈 직행 확정까지 선발로서 온 힘을 쏟기 위해 체력 도움닫기를 할 시간적 여유를 얻었다. 현재 선발진에서 윤성환은 가장 많은 승리를 거둔 투수. 윤성환을 대신해 삼성은 팔꿈치 통증서 벗어난 좌완 차우찬을 1군에 복귀시켜 본격적인 투수진 조율에 들어섰다.
공격 도움이 없다면 승리할 수 없는 일. 그러나 투수들의 전체적인 호투는 경기를 만들어가는 자양분이 되는 동시에 타 팀에 선두팀의 아우라를 내뿜기 가장 좋은 도구다. '야통(야구 대통령)'이라는 새 별명에 "나는 '야구 아이돌'이 좋은데"라며 멋쩍게 웃던 류 감독의 전략은 그래서 더욱 야심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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