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아이 코치는 오승환이 나와야 하지 않냐고 하더라. 아무래도 무승부를 고려해야 했으니까".
행운의 결승점이 없었더라면. 그리고 '무승부=패'라는 규정이 올 시즌까지 이어졌더라면 오승환(29. 삼성 라이온즈)의 16경기 연속 세이브 기록은 없었거나 뒤로 미뤄졌을 지도 모른다. 류중일 삼성 감독이 전날(27일) 16경기 연속 세이브 기록을 올린 오승환의 등판 뒷 이야기를 꺼냈다.

류 감독은 28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덕아웃서 "그나마 이겼으니 (오)승환이가 세이브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이다"라고 밝혔다. 오승환은 27일 연장 11회 오정복의 우익수 뜬공 이후 상대 우익수 정수빈이 아웃카운트 착각한 빈 틈을 타 2루 주자 배영섭이 태그업 후 홈까지 뛰는 행운의 결승점 속 시즌 38세이브 째를 따냈다.
이 세이브로 오승환은 지난 7월 5일 문학 SK전부터 이어진 16경기 연속 세이브 대기록을 세웠다. 투수분업화 정착 이후 오승환은 가장 무서운 마무리 투수로 위력을 발산 중이다.
문제는 만약 오승환이 리드가 아닌 1-1로 맞선 상황서 나섰을 경우다. 메이저리그서는 에릭 가니에가 LA 다저스 시절 세운 84경기 연속 세이브 기록이 있으나 이는 블론세이브를 기록하지 않는 한 무승부 상황에서 나오더라도 기록 인정이 되었다. 그러나 국내 무대에서는 연속 경기 세이브 기록 중 팽팽히 맞섰을 때 마무리 투수가 나섰을 경우 연속 경기 세이브 기록이 중지된다.
"12회까지 갔더라면. 11회까지는 정인욱에게 맡기고 12회를 배영수에게 맡기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그나마 아직 2위권 팀들과는 여유가 있으니까. 그러나 오치아이 에이지 코치는 오승환의 투입을 권유하더라".
만약 류 감독이 12회까지 가서 자신의 생각을 고수했더라면 오승환의 기록달성은 다음으로 미뤄질 수 있었다. 또한 개인보다 팀을 우선시 한 오치아이 투수코치의 선택을 받아들였더라면 오승환은 15경기 연속 세이브 타이기록에 만족했을 수 있었다. 11회초 행운의 결승점은 오승환의 기록을 이어준 데 그치지 않고 코칭스태프의 고민도 해결한 셈이다.
"지금은 여유있는 시점이니 망정이지. 나도 차점자와의 격차가 크지 않고 무승부로 반 경기 손해를 넘길 수 있었더라면 승환이를 12회에 넣었을 것이다".
farinell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