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대전구장. 한화 한대화 감독이 전날 LG와 경기에서 있었던 내야수 한상훈(31)의 배트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한 감독은 "등록된 배트로 쳐야지 그게 뭐야"라며 웃었다. 지난 27일 경기에서 한상훈은 1회 첫 타석에 들어섰으나 LG 포수 심광호(34)의 항의로 배트를 바꿔야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인증마크가 찍혀있지 않은 배트 때문이었다. 규칙상 배트에 KBO 인증마크가 찍혀있어야 경기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알고 보니 한상훈이 걸린 배트는 카림 가르시아가 선물한 것이었다. 가르시아가 선물한 배트를 들고 첫 타석에 들어섰는데 실전에서 한 번도 휘둘러보지 못하고 들어간 한상훈의 마음은 오죽하랴. 한상훈은 "마크가 없는 줄 몰랐다. 가르시아가 그냥 사용해도 된다고 했는데…"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자 한 감독은 "너 심광호 때문에 삐친 것 아니냐"고 한마디했다. 한 감독은 "배트를 바꾸러 들어오면서 궁시렁궁시렁거리더라. 심판한테 일러서 삐친거지"라며 껄껄 웃었다. 한상훈은 "광호형이 자기도 인증마크가 없는 걸 걸린 적이 있어서 봤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한상훈과 심광호는 과거 한화에서 한솥밥을 먹은 인연이 있다.

이어 한 감독은 "심광호가 머리를 덜 썼네. 타석에서 범타가 나오면 그냥 모른 채 하고 안타를 치면 그때 가서 항의를 해야지"라고 지적했다. 마침 심광호가 훈련을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한 감독은 기다렸다는듯 "야 심광호, 치사하게 그걸 일러바치냐. 너 때문에 우리 상훈이 마음 상해서 안타 하나도 못 쳤잖아"라고 쏘아붙였다. 심광호는 어쩔줄 몰라하며 "상훈이한테 좋은 배트 하나 선물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한 감독과 심광호도 삼성에서 수석코치와 선수로 인연을 맺은 바 있다.
한 감독은 한상훈에게 "어차피 쓰지도 못할 배트, 가르시아 사인이나 받아둬라"며 껄껄 웃었다. 잠시 생각을 하던 한 감독. 그 순간 지나가던 이양기에게 한마디했다. "어이 이양기, 어제 한상훈이 배트에 가르시아 사인 받아서 내 방에 갖다 놔". 한 감독도 가르시아 사인 배트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규정상 인증되지 않은 배트로 안타를 쳐도 취소되지 않는다. KBO 심판진은 "송진가루를 묻히거나 코르크가 들어간 부정 배트가 아닌 인증되지 않은 배트의 경우에는 규칙대로 한다. 타격이 끝나면 그걸로 인정하는 것이다. 타격 전 그것을 인지하고 항의할 경우에만 못 쓰게 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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