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들이 던지는 구종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흔히 직구라고 부르는 포심 패스트볼(4 Seam Fastball)을 시작으로 패스트볼 종류만도 투심 패스트볼, 컷 패스트볼, 싱킹 패스트볼, 라이징 패스트볼, 스플릿 핑거 패스트볼 등이 있다. 여기에 변화구(Breaking Ball)에는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포크볼, 너클볼 등이 투수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무기들이다.
10개가 넘는 구종 중에서 투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모든 투수들, 그리고 감독과 투수 코치들은 이구동성으로"투수들에게는 직구가 가장 중요하다. 직구가 최고의 무기"라고 말한다.
지난 26일 LG 트윈스 외국인투수 레다메스 리즈(28)는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에 선발 등판해 4회초 카림 가르시아를 상대로 최고구속 161km/h 강속구를 뿌렸다. 30년 한국프로야구 역대 최고 구속이었다.

리즈의 구속을 확인한 관중석 여기저기서는 "우와"라는 말부터 "전광판이 고장난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시속 150km/h도 빨라 좀처럼 전광판에서 보기 쉽지 않다. 그러나 리즈는 160km/h를 넘겼다.
리즈가 기록한 161km/h는 대전구장 전광판의 수치로 LG와 한화 전력분석에서 가지고 있던 스피드건에는 160km/h가 찍혔다. 세 스피드건은 모두 '스토커 2'라는 제품으로 스카우트들이 가장 선호하는 제품이라서 신뢰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이날 타자와 포수를 제외하고 가장 가까이서 리즈의 공을 지켜본 최규순(44) 주심은 경기 후 "오늘 리즈 공은 정말 무서웠다"며 혀를 내둘렀다. 최 심판은 지난 1991년 마스크를 써 올해로 경력 20년의 베테랑으로 출장경기수만 1700경기가 넘는다. 웬만해서는 "무섭다"는 말을 잘 표현하지 않는 심판을 떨게 한 리즈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리즈가 161km/h를 던지기 전 직구는 삼성 라이온즈 '끝판대장' 오승환(29)의 전매특허였다. 오승환은 최고구속 150km/h 초반대 직구를 구사한다. 오승환의 직구는 구속은 150km/h정도지만 공 끝이 묵직해 돌직구라는 별명을 얻었다. 올 시즌 45경기에 등판해 1승 38세이브 평균자책점 0.56이 이를 증명한다.

그렇다면 최규순 주심은 오승환의 돌직구와 리즈의 직구 중에서 누구의 구위가 더 위력적이라고 느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최 심판은 "직구 구위 하나만 놓고 보면 리즈가 오승환보다 더 뛰어나다"고 대답했다.
이유가 있었다. 최 심판은 "지금까지 많은 투수들의 공을 뒤에서 봤지만 리즈 직구는 대포알이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구속도 160km가 넘고 공 끝도 정말 묵직했다. 한 마디로 어마어마한 직구를 던진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월 16일 일본 오키나와 LG 스프링캠프지인 이시카와 시민구장에서 리즈의 첫 라이브 피칭을 포수 바로 뒤에서 바라본 적이 있다. 정확한 위치는 최규순 주심보다 한 걸음 정도 뒤라고 보면 된다. 이날 리즈는 투구수 50개 가운데 직구가 26개 슬라이더 9개, 커브 5개, 체인지업 7개, 컷 패스트볼 3개를 섞어가며 타자들을 상대했다.
당시 리즈의 구속은 특별히 스피드건으로 체크하지 않았다. 리즈는 "70%의 힘으로 던졌다"고 말한 만큼 140km/h 중반대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직접 뒤에서 리즈의 공을 지켜보고 느낀 점은 최규순 심판과 같이 "정말 무섭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러나 리즈는 구위 만큼은 최고지만 그 공을 100% 활용하지는 못하고 있다. 최 심판은 "리즈가 직구 구위만 놓고 보면 오승환보다 앞서지만 대부분의 공이 가운데로 몰렸다. 반면 오승환은 직구를 몸쪽과 바깥쪽에 던질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래서 타자들이 보기에는 오승환의 직구가 더 위력적이라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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