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완, "지환아, 스님들도 너처럼 안미시더라"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08.29 10: 30

요즘 LG 트윈스 선수단 내에서 오지환(21)이 가장 인기다. 더 정확히 말하면 오지환의 삭발한 머리가 바쁘다.
오지환은 지난 24일 잠실 넥센전을 앞두고 짧은 머리 대신 머리털 하나 없이 빡빡 밀어버린 대머리로 클럽하우스에 들어섰다. 이유는 최근 팀이 부진하자 김기태 수석 코치의 삭발에 이어 오지환이 그 뒤를 따른 것이다. 강요가 아닌 자발적인 삭발이었다.
오지환이 클럽하우스에 들어서는 순간 여기 저기서 "지환아. 머리가 뭐냐"는 말부터 "지환아. 이리 와봐. 한번 만져보자"까지 다양한 반응들이 터져 나왔다. 오지환을 본 김기태 수석 코치도 "지환아. 너 뭔 일 있냐? 심하게 밀었다"며 놀라워했다.

당사자인 오지환은 삭발 이유에 대해 "더위서 시원하게 잘랐다"는 말만 하며 수줍은 미소만 지었다.
그런데 선수들은 오지환을 보면 심각한 표정을 짓다가도 웃음을 참지 못하고 빵 터진다. 보통 동료 선수들이 홈런을 치고 들어오면 세리머니로 하이파이브를 한다.
그러나 오지환은 모자를 벗고 민머리를 내민다. 이걸 칠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는 애매한 상황이 발생한다. 또 선수들은 오지환을 볼 때 마다 "지환아 안녕"이라는 인사 대신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서는 가볍게 목례를 한다.
그런 오지환을 보며 내야수 김태완(30)이 한 마디 했다.
김태완은 경기 전 훈련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면서 땀을 닦고 있는 오지환을 보며 "지환아. 너 머리 좀 심하게 밀었다. 사실 우리 큰 아버지가 스님이시다. 그런데 너처럼 머리 안 미시더라"고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자 곁에서 김태완의 말을 듣던 박경수를 비롯한 동료들은 웃음을 참지 못하며 배꼽을 잡고 웃었다. 오지환도 머쓱한 듯 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만졌다.
오지환은 삭발 후 5경기에서 타율 2할(15타수 3안타)에 3득점 1타점 1도루에 그치며 특별한 시너지 효과는 없었다. 그러나 오지환 덕분에 덕아웃 분위기가 살아난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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