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인 볼트(25, 자메이카)가 무너졌다. 남자 100m에서 최정상 자리를 지켜오던 그의 자리가 흔들리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한 이변에 불과한 것일까?.
우사인 볼트는 지난 28일 저녁 8시 45분 대구 스타디움서 열린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에서 출발 총성보다 0.104초 빨리 스타트를 끊는 바람에 실격됐다.
남자 100m에서 우승은 떼 논 당상이라던 볼트에게는 충격적인 일이었다. 또한 이번 실격으로 지난 2009년 베를린 대회에 이어 남자 100m에서 2연패를 이루겠다는 꿈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볼트가 실격 처리된 틈을 타 자메이카 후배 요한 블레이크(22)는 9초92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2위 월터 딕스(미국)와 차이는 무려 0.16초. 말 그대로 유유히 결승선을 통과한 것이다.

블레이크가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00m의 챔피언이 됐지만, 볼트의 독주 체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본선 1회전과 준결승에서 보여진 볼트의 실력이 2009년 베를린 대회에서 세계 기록을 세울 때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
이에 대해 블레이크는 "볼트는 100m에서 최고다"며 "구조에서 변화는 없을 것이다"고 했고, 이날 100m 결선서 10초08로 2위를 기록한 딕슨은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해서 100m 구도에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비록 출발 반응 속도에서 베를린 대회(0.146초)보다 0.02~0.03초 정도 느려지긴 했지만, 레이스 중반 가속도는 가공할 만했다. 볼트는 본선 1회전과 준결승에서 옆에서 쫓아오는 선수들을 훑어 볼 정도로 여유를 갖고 있었다.
결국 볼트가 이겨야 하는 것은 자신과 싸움이다. 스타트를 빨리 끊는다면 분명 좋은 성적이 나올 것이지만 그에 따른 부담과 압박도 심하다. 그 압박감을 견디고 여유를 찾는다면 남자 100m 최고의 타이틀은 볼트에게 여전히 머물 것이다. 볼트가 조금 늦게 출발한다고 해서 그를 이길 선수가 누가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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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구=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