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한대화(51) 감독은 프로야구 최초의 임의탈퇴 선수로 기록돼 있다.
지난 1986년 1월11일 OB에서 해태로의 트레이드에 불응한 한 감독은 3월22일 현역 복귀절차를 밟을 때까지 60일간 임의탈퇴 선수로 남아있었다. 그 당시 한 감독은 전라북도에 위치한 대둔산 암자에 47일간 칩거하기도 했다. 동국대 시절 스승이었던 김인식 해태 코치가 암자를 찾아 설득한 끝에 대둔산에서 내려왔다. 당시 한 감독은 한겨울 대둔산에서 통나무를 빗겨치는 것으로 스윙 훈련을 대신하며 나홀로 훈련에 매진했다.
그렇다면 한 감독은 왜 대둔산에 올랐을까. 사연은 이렇다.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된 한 감독은 어쩔 수 없이 팀을 떠나 개인훈련을 해야 했다. 처음에는 집에서 시작했다. 한 감독은 "그때 우리집에 마당이 넓었다. 마당에 그물을 치고 티 배팅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나 홀로 훈련하긴 쉽지 않았다. 보다 못한 아내 윤향수씨가 당시 한 감독의 타격훈련을 돕고자 토스 배팅 올리는 역할을 맡았다.

한 감독은 "그때 아내가 직접 토스 배팅을 올려줬다. 원래 토스 배팅 해주는 사람은 잘 맞지 않는다. 그런데 하필이면 빗맞은 타구가 돌을 맞고 아내의 눈을 때려버렸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한 감독은 "그때 집사람이 아프다고 울고 불고 난리가 났다. 눈이 시퍼렇게 멍이 들어서 어찌나 미안하던지"라며 "그래서 그때 어쩔 수 없이 대둔산에 올라간 것이다. 티배팅 기계도 20만원이나 주고 샀다"고 했다. 그 당시 20만원은 꽤나 거금이었다고.
이 이야기가 나오게 된 배경이 바로 정원석 때문이었다. 내야수 정원석은 지난 18일 SK 2군과의 대전 경기에서 1루 수비 중 바운드된 타구에 눈밑을 맞고 골절상을 입었다. 안와 골절상으로 수술을 받았지만, 뼈가 붙는데 시간이 걸려 사실상 시즌 중 복귀는 어려워졌다. 한 감독은 "투수가 던진 공이면 몰라도 바운드된 공을 얼굴에 맞기가 쉽지 않다. 우리 집사람도 그렇고 참 흔치 않은 경우"라며 안타까워했다.
한 감독의 대둔산 칩거 이후 한동안 야구계에는 극기훈련이 유행이었다. 한 감독은 "내가 대둔산에 칩거한 뒤로 여기저기서 단체로 얼음을 깨고 물에 들어가더라. 그런데 그게 대체 야구랑 무슨 상관이 있나"고 반문한 뒤 "내가 웃통 벗고 얼음을 깨는 사진이 있었는데 그건 사진기자가 시켜서 한 것이다. 얼음을 깨면 사진 앵글이 잘 나오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지 실제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서 껄껄 웃었다.
사실 한 감독이 대둔산에 오르기에 앞서 임의탈퇴된 사연이 기구하다. 1986년 한 감독은 창단을 앞둔 '고향팀' 빙그레로 트레이드를 바랐다. 그러나 해태로 트레이드돼 반발했고, 구단과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임의탈퇴까지 가게 됐다. 한 감독은 "나중에 해태에서 대전에 원정을 왔는데 외야를 보니 '배신자 한대화'라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더라"며 씁쓸한 기억을 떠올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한마디. "대체 내가 뭔 배신을 한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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