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유라 인턴기자] 상위권 팀들이 포스트 시즌을 놓고 순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면, 하위권 팀들은 자존심을 놓고 탈꼴찌를 위한 전쟁을 펼치고 있다.
29일 현재 최하위는 41승60패를 기록 중인 넥센 히어로즈. 그러나 넥센과 2경기 차 벌어진 7위 한화 이글스(45승2무59패), 2.5경기 차 벌어진 6위 두산 베어스(43승2무56패)도 마음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물론 이 세 팀도 4강을 목표로 마지막 실낱 같은 희망을 놓지 않고 있지만 사실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는 팀 막기에도 급한 상황. 그렇다면 올 시즌 최하위 시나리오는 어느 팀에 유리하고 어느 팀에 불리할까.

▲ 남은 일정의 유불리는?
넥센과 두산은 현재까지 101경기 만을 치러 10월 6일 시즌 종료까지 32경기를 남겨두고 있는 반면, 한화는 27경기가 남았다. 특히 넥센은 9월 한 달 동안 26경기를 치러야 해 보통 시즌중과 별 다를 바가 없다. 9월에 25경기가 잡혀 있는 두산도 마찬가지. 그에 비해 21경기를 치르는 한화는 조금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경기 수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치열한 4강 싸움의 희생양이 되지 않고 버티느냐다. 이런 면에서 32경기 중 4강 팀들과의 대결이 18경기로 적은 편인 넥센이 조금 수월하다. 넥센은 SK와 6경기, 삼성과 5경기, LG와 4경기, 롯데와 2경기, KIA와 1경기를 벌인다. 올 시즌 상대전적 3승11패로 절대 열세에 놓여 있는 삼성과의 경기가 5번이나 남은 점이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SK와의 전적도 4승9패로 여의치 않다. 넥센은 올 시즌 10승5패로 자존심을 세우고 있는 중인 LG와의 4경기를 잡아야 한다.
반면 남은 32경기 중 24경기가 4강 팀인 두산은 특히 9월 SK와의 2연전에 이어 LG 3연전, KIA 3연전, 다시 LG 3연전으로 이어지는 지옥의 코스를 통과해야 한다. 막판 포스트 시즌 티켓을 위해 불꽃 튀는 싸움을 벌일 상위권 팀 사이에서 고전이 예상된다. 그나마 올 시즌 6승5패로 근소하게 앞서 있는 LG와의 경기가 9번이나 남은 점은 위로가 된다. 6경기 남아있는 KIA에는 4승9패로 뒤져 있다. 4승10패로 열세인 삼성과의 경기도 4경기 남아 있어 두산의 9월은 녹록지 않다.
한화는 27경기 중 16경기가 4강권과의 싸움이다. 롯데와 7경기, SK와 4경기, KIA와 2경기, 삼성과 2경기, LG와 1경기가 남아있다. 롯데에는 올 시즌 4승1무7패를 기록하고 있어 2승 정도가 예상되지만 후반기 롯데의 기세가 무서운 것이 걱정이다. 한화는 5승10패로 열세를 보인 SK와도 4경기나 남아있다. 올 시즌 유일하게 9승8패로 앞서있는 삼성과의 경기가 2번 밖에 없는 점이 아쉽다.

▲ 중요한 것은 맞대결 성적
상위권들의 '고래 싸움'을 피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신경써야 할 것은 승차 계산과 직결되는 맞대결이다. 한 번만 이겨도 승차가 1씩 줄어들기 때문에 하위 팀으로서는 상위 팀을 잡는 것이 우선이다.
넥센은 한화와 8경기, 두산과 6경기를 남겨 놓고 있다. 넥센이 올 시즌 유이하게 앞서 있는 팀 중 하나인 한화(6승5패)와의 경기가 8개 팀 중 가장 많이 남은 것이 넥센에는 호재다. 한화와는 9월 초 3연전, 2연전을 연달아 갖는다. 반면 두산에는 5승8패로 열세를 보이고 있어 순위 뒤집기가 호락호락하지 않다.
한화는 11번 남은 상대팀들과의 맞대결에서 불리한 축에 속해 있다. 우선 올 시즌 9승7패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두산과의 맞대결이 3번 밖에 남지 않았다. 반면 5승6패로 근소하게 뒤져 있는 넥센과 8경기를 남겨 놓고 있는 점이 부담스럽다.
마지막으로 두산은 한화와 3번, 넥센과 5번의 경기를 남겨두고 있어 맞대결의 압박이 가장 적다. 그중 올시즌 상대전적에서 8승5패로 앞선 넥센과의 경기가 8월에서 10월에 걸쳐 고루 퍼져 있어 방심하지 않는다면 잠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있다. 반면 7승9패로 뒤져 있는 한화와는 3번 밖에 맞붙지 않는다는 점도 두산에게 유리하다.

그러나 아무래도 후반기 2.5경기차는 상위 팀이 갑작스럽게 무너지지 않는 이상 뒤집기 어려운 만큼 넥센의 고전이 예상된다. 특이한 것은 넥센은 지금까지 최하위를 기록한 적이 없다. 사실상 전신에 해당하는 현대 유니콘스의 가세가 기울면서부터 우리 히어로즈, 히어로즈를 거쳐 넥센 히어로즈에 이르는 격정의 세월을 거쳐왔지만, 넥센은 가장 최하위 성적이 7위(2005년, 2007년, 2010년)에 그쳤다.
이 사실을 잘 아는 넥센의 프랜차이즈 마무리 손승락(29)은 최근 세이브 후 후반기 각오에 대해 "우리는 한 번도 꼴찌였던 적이 없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과연 넥센이 올 시즌 무서운 기세로 최하위에서 탈출하는 기적을 이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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