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를 업으로 하는 프로게이머들에게는 '콩라인'이라는 유쾌하지 못한 용어가 있다. '콩라인'은 이른바 준우승자나 2인자들을 가리키는 말로 스타크래프트1에서 대표적인 인물을 꼽는다면 현역시절 22차례의 준우승을 차지한 '폭풍' 홍진호(29)가 있다. 지난해 9월부터 리그를 발족시킨 스타크래프트2에서는 4차례의 준우승을 차지했던 '해병왕' 이정훈(18, 프라임)이 그 선두주자다.
지난 1년간 4차례의 준우승으로 마음을 졸였던 '해병왕' 이정훈이 5번째 준우승의 쓴 잔을 마셨다. 이정훈은 29일 서울 신정동 곰TV 스튜디오에서 열린 '펩시 GSL 코드A' 결승 김동주와 경기서 풀세트 접전 끝에 3-4로 아쉽게 패배하며 목표였던 코드S 직행과 첫 우승의 꿈, 두 마리의 토끼를 놓쳤다.
경기 전 몇몇 관계자들의 "(이)정훈이가 준우승할 것 같다"는 농담 섞인 말처럼 이정훈의 출발은 매끄럽지 못했다. 메카닉 중심으로 전략의 가닥을 잡은 김동주에게 이정훈은 1, 2세트를 연달아 내주며 초반 기세 싸움서 압도당했다.

초반 분위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도 이정훈도 자신의 고집이라고 할 수 있는 '바이오닉 운영'으로 3세트를 만회하며 추격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하지만 이정훈에게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십자포화SE'서 벌어진 4세트서 초반 압박이 실패하면서 곧바로 자신의 앞마당 까지 단박에 밀리며 매치포인트를 허용하며 벼랑끝으로 밀렸다.
그러나 최다 준우승자답게 그의 저력은 녹록치 않았다. 믿을 수 없는 근성을 발휘하며 이정훈은 5, 6세트를 연달아 만회하며 승부를 기어코 3-3 원점으로 돌렸다. 5세트 '벨시르해안'에서는 기막힌 밴시운영으로 승리했고, 6세트 종착역에서는 힘에서 상대를 누르며 승부를 3-3으로 만들었다.
기세를 탄 7세트서도 상대의 앞마당 궤도사령부를 파괴하는데 성공하며 코드A 우승의 문턱까지 다가갔지만 마지막 승부의 마침표를 찍지는 못했다. 회군하는 병력이 우왕좌왕하고 김동주의 올인 러시에 방어선이 돌파당하며 뼈아픈 역전패를 허용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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