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가 긴 침묵을 깨고 대포를 쏘아올렸다. 그러자 경쟁자 최형우도 반격을 시작했다.
롯데 이대호(29)와 삼성 최형우(28)의 홈런왕 경쟁이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다. 이대호는 지난 24일 사직 KIA전에서 8월 16경기 무홈런 침묵을 깨고 23호 홈런을 터뜨리며 최형우를 1개차로 따돌렸다. 그러자 최형우도 28일 잠실 두산전에서 23호 홈런을 터뜨리며 이대호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나란히 23개의 홈런으로 이 부문 1위 자리를 공유하고 있다. 누가 먼저 본격적인 몰아치기가 시작될 것인지 여부가 관건이다.
이대호는 8월 21경기에서 83타수 24안타로 타율 2할8푼9리에 12타점을 기록하고 있지만 홈런은 하나 뿐이다. 특유의 시원한 대포 한 방이 터지지 않고 있다. 8월 첫 16경기 연속 무홈런으로 침묵했다. 지난해 이대호는 9경기 연속 홈런 포함 8월에만 22경기에서 12개의 대포를 쏘아올렸지만, 올해는 기대만큼 대포가 터지지 않고 있다. 그래도 그는 "아무리 해도 홈런이 안 나올 때가 있다. 지금 마음을 비웠다"며 오히려 여유를 보이고 있다.

그 사이 최형우가 야금야금 추격하는 중이다. 8월 21경기에서 70타수 22안타 타율 3할1푼4리 4홈런 14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최형우 스스로도 1위팀 삼성의 4번타자로서 '높은 산' 이대호와의 경쟁을 선언한 상태. 최형우는 "3할 타율은 미련없다. 그보다 홈런을 많이 치고 싶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욕심이 아니라 팀의 4번타자로 시원한 한 방으로 공헌하고 싶다는 의지. 그러나 그는 "30홈런이 쉽지 않지만 한 번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대호는 최고타자답게 구종과 코스를 가리지 않는다. 23개 홈런 중 직구(11개)·슬라이더(7개)·체인지업(1개)·커브(1개)·포크(1개)·투심(1개)을 받아쳤는데 몸쪽(8개)·가운데(7개)·바깥쪽(7개)을 고르게 공략했다. 좌월(12개)·좌중월(3개)·중월(5개)·우월(3개)로 홈런 방향도 부챗골 모양을 그리고 있다. 올해 몸 상태가 100%가 아닌 와중에도 2006년·2010년 홈런왕 출신답게 어떤 상황에서도 홈런을 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하는 중이다.
최형우도 만만치 않다. 특히 홈런 비거리가 121.7m로 이대호(116.3m)를 능가한다. 130m 대형 홈런만 무려 7개. 류중일 감독은 "팔로스로가 좋아 타구가 멀리 나간다"고 설명했다. 직구(12개)·체인지업(6개)에 몸쪽(8개) 코스를 효과적으로 공략했다. 과거 당겨치기가 많았지만 올해는 센터 방향 홈런이 많아졌다. 우월(8개)·우중월(4개)뿐만 이나라 중월(8개) 홈런이 급증했다. 그만큼 칠 수 있는 코스가 많아졌다는 걸 의미한다.
한화 한대화 감독은 이대호와 최형우의 홈런왕 경쟁에 대해 "최형우가 한 번 승부를 해볼 만하다. 이대호가 예년보다 안 좋으니까 충분히 승부가 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한 감독은 "이대호가 아무리 좋지 않다고 해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이대호가 무서운 것은 고기를 먹어본 선수라는 점이다. 쉽게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전경기 출장하고 있는 이대호와 최형우는 각각 25경기와 26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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