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색탄환' 류샹(28, 중국)의 명예 회복이 내년으로 미루어졌다.
류샹은 지난 29일 저녁 9시 25분 대구 스타디움서 열린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110m 허들 결승서 13초27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은메달을 획득했다.
경기 직후에는 다이론 로블레스(쿠바)가 13초14로 우승을 차지한 것으로 발표됐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로블레스가 레이스 도중 류샹의 주행을 방해한 것이 드러나 실격 처리됐다.

그 결과 13초16으로 결승선에 들어온 제이슨 리처드슨(미국)의 우승이 결정됐고, 류샹은 2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당초 13초44로 4위에 그쳤던 앤드루 터너(영국)는 3위로 올라 동메달을 획득하게 됐다.
동메달서 은메달로 한 계단 순위가 올라갔지만 류샹으로서는 안타까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류샹은 로블레스에게 밀리기 직전까지 접전을 펼쳤던 것. 당시 류샹은 가속도를 받아 로블레스를 제치기 직전이었다. 즉 누가 금메달을 딸지 모를 상황이었다는 것.
이에 대해 류상도 "당시에는 내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생길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어쨌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우승을 놓친 아쉬움을 표했다.

사실 류샹에게는 이번 대회 우승이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류샹은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올랐다. 이후 2005 헬싱키 대회에 이어 2007 오사카 대회까지 2연패를 거두며 그 자리를 굳건히 했다.
그러나 좌절이 찾아왔다. 2008 베이징 올림픽서 경기 직전 다리에 통증을 느끼며 기권한 것. 당시 류샹은 스타팅블록까지 밟았지만 출발하지 못하고 경기를 포기해야만 했다. 게다가 다음해에 열린 베를린 대회에서도 출전하지 못했다.
그 사이 류샹이 보유하고 있던 세계 기록도 다른 이에게 넘어갔다. 그 주인공이 다이론 로블레스. '류샹의 시대는 끝났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에 류샹은 절치부심했다. 자신을 비하하는 말이 사라지게 하기 위해서는 실력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결국 류샹은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제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불운이 찾아왔다. 챔피언 자리를 탈환하며 화려하게 복귀하려던 류샹의 꿈은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다.
그렇지만 소득은 있었다. 바로 류샹의 건재함이 그것이다. 류샹은 로블레스와 리차드슨에 전혀 뒤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만약 불상사가 생기지 않았다면 류샹의 챔피언 탈환은 현실이 되었을 수 있었다.
분명 류샹의 실력은 대단하다. 부상에서 완벽하게 회복한 것도 틀림없다. 비록 이번 대회서는 운이 없어 은메달에 머물렀지만 내년에 있을 2012 런던 올림픽에서는 '황색탄환'으로서 아시아의 자존심을 세워줄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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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구=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