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더 잘해서 4년 연속 2위 한 번 해보고 싶다."
팀도 자신도 납득할 만한 성적표다. 이제 남은 것은 시즌 마무리를 어떻게 매듭짓느냐만 남았다. '롯데 캡틴' 홍성흔(34)이 시즌 초반의 마음고생을 훌훌 털어냈다.
홍성흔은 29일 현재 3할1푼7리를 기록 중이다. 타격 7위.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성적표다. 6월초만 해도 타율이 2할6푼대에 머물렀고 순위도 30위권 밖이었다.

그러나 6월말 타율을 2할9푼4리로 끌어올린 홍성흔은 7월 3할대를 넘나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8월 3할대 타율을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다.
이에 홍성흥은 최근 "지금은 더 잘해서 4년 연속 2위 한 번 해보고 싶다"며 여유와 농담 섞인 각오를 드러냈다. 개인과 팀의 바람이 동시에 담겨진 말이었다.
홍성흔은 지난 3년 동안 타격 타이틀 홀더가 바뀌는 중에도 변함없이 '비운의 2인자'로 불렸다. 타격 선두가 계속 바뀌었지만 항상 2위 자리를 지켰기 때문이다.
2008시즌 FA를 앞둔 두산 홍성흔은 3할3푼1리를 기록했다. 하지만 3할5푼7리로 타격 선두에 오른 팀동료 두산 김현수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롯데로 이적한 홍성흔은 'FA 모범사례' 꼽히며 2009시즌 3할7푼1리를 올렸다. 그러나 홍성흔 앞에는 LG 박용택이 버티고 있었다. 시즌 막판 타율 관리에 나선 박용택에 비해 정당한 수위타자 경쟁을 펼쳤지만 '1리'가 뒤져 아쉬운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작년도 마찬가지. 2009시즌과 마찬가지로 팀동료의 수위타자 등극을 지켜봐야 했다. 롯데 이대호가 3할6푼4리를 기록하며 타격 7관왕을 차지하면서 3할5푼을 기록한 홍성흔은 다시 두 번째 자리에 만족해야 했다.
쉽지 않은 진기록이다. 이에 홍성흔은 "다음 시즌에는 반드시 타이틀을 따내보이겠다"고 의지를 다지곤 했다. 현재 1위는 KIA 이용규. 3할4푼3리를 기록하며 2위 이대호(.341)와 팽팽한 선두 경쟁 중이다. 하지만 특유의 몰아치기가 가능한 홍성흔이다. 2위 자리를 비운이라 여기지 않고 남은 25경기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셈이다.
캡틴으로서 그동안의 마음 고생과 함께 팀의 선전을 바라는 마음도 담겨 있다. 홍성흔은 이대호의 수비 기용 문제로 좌익수 도전에 나서야 했고 선발 라인업에서도 제외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롯데는 4월에 7승(14패2무)에 그치면서 7위를 차지했다. 그 전 시즌까지는 중위권을 유지했기에 주장 홍성흔의 부담감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자신의 성적과 맞물려 후배들 앞에서도 면목이 서질 않았다.
롯데는 5월 14승(8패1무)을 거둬 5위로 뛰어올랐고 6월 8승(14패)으로 6위까지 떨어졌다. 7월 13승(6패)을 거둬 공동 4위가 된 롯데는 8월 15승(6패)을 올려 3위까지 치고 나온 상태다. 2위 KIA와도 1경기차라는 점에서 플레이오프 직행 직전까지 따라붙었다.
홍성흔은 시즌 3번째 4안타 경기를 했던 지난 17일 광주 KIA전 후 "밸런스도 잘맞고 느낌이나 기분이 엄청 좋았다"면서 "빗맞거나 운이 따랐던 그 전에 비해 자신감이 생긴다"고 밝혔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제는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에 힘을 보태고 싶다"는 것이다.
최근 넥센과의 3경기에서 침묵한 홍성흔이다. 그러나 지난주 6위까지 올랐던 저력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면 '4년 연속 2인자' 홍성흔을 보는 것도 가능할 전망이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