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나타 터보는 주행성능, K5 터보는 가격 디자인 앞서
[데일리카/OSEN=하영선 기자] 현대차와 기아차는 사실상 형제지간이다. 그러나 같은 식구이면서도 시장에서는 늘 남못잖게 치열한 경쟁체제에 돌입해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흥미로운 얘기가 아닐 수 없다.

현대차가 내놓은 쏘나타 2.0 터보 GDi와 기아차가 선보인 K5 터보 GDi도 마찬가지다. 엔진과 터보시스템, 트랜스미션 등 파워트레인은 모두 같다. 디자인만 다를 뿐이다. 그렇다고 이들 차가 같은 차는 아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서로 추구하는 방향성 면에서는 차이점이 적잖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이들 ‘이란성 쌍둥이차’를 놓고 디자인이나 성능, 브랜드 밸류 등 중요도의 취향에 따라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
▲ 쏘나타, 창조적이면서 공격적인 디자인..K5, 디자인 밸런스 돋보이는 감각
쏘나타 터보의 디자인 감각은 전체적으로 역동적인 이미지가 강조했다. 현대만의 차별화된 창의적인 디자인 감각도 살아있다는 평이다. 그러나 너무 날카로우면서도 공격적인 이미지는 여전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시간이 흐를수록 부담감을 느낄 수 있다는 대목이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신규로 적용했으며, 리피터 일체형 아웃사이드 미러가 채용됐다. 여기에 고성능 차라는 점을 감안, 다이아몬드를 형상화한 18인치 알로이 휠을 탑재했다. 새롭게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도 보강됐으며, 듀얼 머플러는 강인한 이미지를 느끼게 한다.
K5 터보의 디자인은 밸런스가 잘 갖춰졌다는 평가다. 다이내믹하면서도 짜임새가 정교하며, 도시적 감각의 세련된 이미지가 느껴진다. 볼수록 질리지 않는 그런 디자인 감각은 K5의 시장 경쟁력을 더욱 높여준다는 분석이다.
K5 터보는 스포츠 전용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터보 GDi 엠블렘, 알로이 페달 등이 새롭게 적용돼 고성능의 이미지가 더해졌다. 높아진 출력을 서포팅해주는 리어 스포일러가 장착됐으며, 듀얼 머플러를 신규로 적용해 공기저항력과 배기 성능을 개선한 건 눈에 띈다.
사이즈는 쏘나타 터보의 전장*전폭*전고가 각각 4820*1835*1470mm인데 반해, K5는 4845*1835*1455mm다. 전장은 K5가 25mm길지만, 전고는 쏘나타가 15mm 높다. 휠베이스는 모두 2795mm로 전장에 비해 약간 길게 세팅됐다. 고성능 차라는 점을 감안, 고속 주행에서의 안정성을 더해주기 위한 배려 차원이다.
▲ 질주본능 발산, 다이내믹한 주행성능 인상적
현대기아차가 선보인 이들 터보차량은 현대기아차의 높아진 기술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하겠다. 그동안 BMW나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유명 브랜드의 고성능 터보 차량에 대한 부러움이 적잖았던 게 사실이나, 이젠 현대기아차도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뿌듯한 감도 없지 않다. 현대기아차의 기술력이 글로벌 수준에 올랐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쏘나타 터보와 K5 터보는 쎄타Ⅱ 2.0 터보 GDi 엔진을 탑재, 최고출력 271마력(6000rpm), 최대토크 37.2kg.m(1750~4500rpm)를 발휘한다. 배기량은 2.0리터급 이지만, 웬만한 3.0리터급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 엔진파워를 지녔다. 엔진 다운사이징 효과를 통해 동력성능을 강화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우수한 연비(12.8km/ℓ)를 갖춘 것도 장점이다.
특히 현대기아차의 터보 시스템은 연소실의 배기통로가 2개로 나뉜 트윈 스크롤 터보 방식이어서 각 실린더의 상호 배기 간섭을 최소화 시켰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기존 경쟁 터보 차량에 비해 공기 흡입능력이나 응답성이 그만큼 향상됐다는 얘기다.
쏘나타 터보와 K5 터보는 이처럼 동일한 엔진에 동일한 터보시스템, 동일한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으나 주행감각은 미묘하지만 서로 다른 감각을 지닌다.
쏘나타 터보와 K5 터보의 출발은 액셀 페달에 살짝 발을 누르기만해도 툭 툭 튀어나간다. 일반적인 경쟁 터보차량의 터보랙이 2.3초 수준이지만, 이들보다 빠른 감각이다. 현대기아차의 트윈 스크롤 터보 차저 시스템의 기술력이 돋보인다.
여기에 중저속 엔진회전 영역에서부터 고속 영역에 이르기까지 최대토크가 두터운 것도 순발 가속성을 높이는 이유다.
순발 가속성 측면에서는 BMW 3시리즈나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보다 감각적으로 뒤지지 않는다.
시속 80~120km에서의 주행에서는 당초 생각과는 달리 터보 차량이면서도 정숙한 맛이 살아있다. 오일펌프 일체형의 밸런스 샤프트를 적용한 까닭이다.
고속으로 올라갈수록 엔진사운드는 맛깔스럽다. 그동안 현대기아차의 단점으로 지적돼왔던 엔진음이 크게 개선됐다는 의미다.
시속 220km의 고속주행에서도 직진 안정성은 수준급이다. 스티어링 휠에 적용된 패들 쉬프트 역시 6단 변속을 정확하게 제어해 다이내믹한 드라이빙 맛을 돕는다.
서스펜션은 앞과 뒤에 맥퍼슨 스트럿과 멀티링크 코일스프링을 적용했다. 고속주행에서의 서프펜션 감각은 쏘나타 터보가 K5 터보에 비해 다소 하드하게 세팅한 느낌이다. 미세한 차이다.
시속 70km 전후에서 천천히 들어가다 빠르게 빠져나오는(Slow in-Fast out) 급코너링에서는 약언더스티어 현상도 느껴지지만, 무난한 반응이다.
저속 및 고속주행에서의 갑작스런 제동에서는 쏠림이나 밀림 현상이 크지 않은데다, 빠르게 제동된다. 고속주행을 일삼는 고성능 차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적절한 세팅이다.
공인 연비는 쏘나타 터보와 K5 터보가 모두 12.8km/ℓ를 나타낸다. 하지만, 고속주행이 이어지는 구간에서는 평균 7km/ℓ를 넘기기가 쉽지 않다. 같은 차량이라 하더라도 운전자의 운전습관에 따라 연비 차이는 적잖다.
▲ 상품성 높이는 편의사양 대거 적용
쏘나타 터보와 K5 터보에는 상품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편의사양이 적용됐다. 버튼만으로도 시동을 걸 수 있는 스마트키, 스마트키를 소지한채 접근하면 퍼들램프가 자동으로 점등되는 시스템, 윈드스크린의 김서림을 제습해주는 오토 디포그 시스템, 쿨링 기능이 적용된 글로브 박스 등은 편의성을 크게 높인다.
▲ 쏘나타 2.0 터보 GDi vs. K5 터보 GDi 경쟁력은...
쏘나타 터보와 K5 터보는 주행성능이나 가속성 등 퍼포먼스 측면에서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비슷한 감각을 유지한다. 큰 차이라면 디자인과 브랜드명이 다를 뿐이다.
쏘나타 터보와 K5 터보는 지난 7월초 국내에서 동시에 출시됐지만, K5는 8월말 현재 3000대 가까이 판매됐다. 쏘나타 터보의 판매량은 이보다는 훨씬 밑도는 수준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소비자는 결국 성능이 비슷하다면 브랜드 충성도와 디자인, 판매 가격에 따라 최종적으로 차를 선택한다는 의미다.
국내 시장에서 지난 27년간 독보적인 베스트 셀링카로 군림해왔던 쏘나타의 명성(名聲)이 K5의 등장으로 흔들리고 있다.
한편, 쏘나타 2.0 터보 GDi의 국내 판매 가격은 고급형이 2850만원, 최고급형 2960만원으로 K5 터보 GDi의 프레스티지 2815만원, 노블레스 2945만원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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