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철의 behind] '신출내기들', 두산 화수분 맥 틔울 것인가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8.31 07: 01

어느새 심심치 않게 나오는 단어가 된 '화수분 야구'. 그 원조는 두산 베어스입니다. 서울이라는 큰 시장에서 1차 지명권을 행사하며 신인 대어들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두산이지만 더 두각을 나타냈던 선수들은 입단 시 크게 빛을 못 보았던 선수들입니다. 손시헌, 김현수 등은 연습생 격인 신고선수로 입단해 팀의 주축 선수를 넘어 국가대표로까지 성장한 선수들입니다.
 
그러나 한동안 화수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니, 선수들이 배출되지 않았다기보다 선수들의 성장보다는 확실한 우승 전력을 내뿜기 위해 주전으로 자리매김한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져 화수분 배출구가 굉장히 좁아졌다고 봐도 되겠네요.

 
현재 6위(44승 2무 56패, 30일 현재)에 그치며 4강 재진입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진 두산. 이 가운데 김광수 감독대행은 9월 1일 확대 엔트리 시행을 앞두고 신예들을 언급했습니다. 발목 부상에서 회복한 베테랑 외야수 임재철(35)의 이름과 함께였네요.
 
"어느 정도 윤곽은 잡아놓았지만 아직 확정짓지는 않았다. 야수 중에는 김재환(23)이나 김동한(23), 김진형(21) 등을 지켜보고 있고 투수진에서는 최현진(19), 양현(19) 등이 후보다. 이미 올라와 있는 안규영(23)도 원래 확대 엔트리 때 올리려던 투수였다".
 
김재환의 경우는 지난해까지 2년 간 상무에서 2군 리그를 평정했던 타자였으나 올 시즌 29경기 1할8푼9리 2홈런 8타점으로 다소 아쉬움을 비췄습니다. 특히 6월 8일 광주 KIA전서는 추격의 좌월 투런을 쏘아올렸으나 곧바로 발목 부상을 입으며 2군으로 내려간 불운을 맛보았네요.
 
부상 회복 후 김재환은 2군에서 29경기 2할8푼9리 6홈런 20타점을 올리며 페이스를 올리는 중입니다. 기록도 기록이지만 김재환은 밀어쳐서도 담장을 훌쩍 넘기는 좋은 팔로스윙과 힘이 돋보입니다. 1군에서 때려낸 2개의 홈런도 모두 밀어쳐 만든 아치였습니다. "얼굴이랑 목 색깔 다른 것 좀 보세요"라며 2군에서 열심히 했음을 피부로 증명한 김재환은 1군 복귀를 향해 더욱 각오를 불태우고 있습니다.
 
 
 
휘문고-경희대를 거쳐 4순위로 올 시즌 두산에 입단한 안규영은 30일 잠실 한화전서 2이닝 3피안타(1피홈런) 3실점으로 아쉬움을 비췄습니다. 그러나 최고 147km에 이르는, 김선우의 직구 같이 꿈틀대는 테일링 패스트볼을 구사했네요. 슬라이더의 움직임도 나쁘지 않아 계투 추격조로서 가능성을 지닌 투수입니다.
 
그 외에는 1군에서 모습을 비추지 않은 선수들입니다. 먼저 2루수 김동한은 장충고-동국대를 거쳐 올 시즌 8순위로 입단한 선수입니다. 175cm 73kg로 체구는 크지 않지만 기본기를 잘 갖춘 수비력과 작전 수행 능력이 좋은 선수입니다. 2군 북부리그 타격성적은 76경기 2할5푼2리 2홈런 16타점 8도루로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현재 2루수 고영민이 옆구리 타박상으로 재활 중임을 감안하면 오재원의 백업 요원으로 9월 1군을 밟을 가능성도 지켜볼 만 합니다.
 
 
김진형은 선린인터넷고를 졸업하고 2009년 2차 7순위로 입단한 선수입니다. 정수빈의 동기생이지요. 고교 시절 팀의 4번 타자 3루수로 활약했던 김진형은 팀이 상대적으로 약체라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그는 올 시즌 2군 60경기 2할9푼6리 2홈런 26타점을 기록 중입니다. 2군에서 가장 성장폭이 큰 선수 중 한 명인데요.
 
특히 김진형은 그동안 내외야를 오가면서 2군에서도 제 자리를 잡지 못했던 선수입니다. 아직 수비력은 미완이지만 오른손 외야 요원이 부족한 팀 상황을 감안하면 그도 1군 진입 기회를 호시탐탐 노릴 만 합니다. 다만 최근 컨택 타격 시 빗맞는 타구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은 약점이네요.
 
 
 
충암고 시절이던 지난해 3월 황금사자기서 노히트노런 기록을 세운 최현진은 올 시즌 1라운더입니다. 그러나 팀 합류 후 잇단 발목 부상으로 인해 잔류군에서 시즌을 시작해야 했습니다. 2군서 24경기 6승 9패 1홀드 평균자책점 4.45에 경기 당 기복이 큰 편입니다. 아직 제구력이 완성되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직구 구위는 확실히 올라왔다는 팀 내 평가가 많습니다.
 
양현은 한화 양훈의 동생으로 대전고를 졸업하고 올 시즌 10순위 막차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188cm의 큰 키지만 70kg의 저체중 투수로 정통 언더핸드 투수입니다. 직구 평균 구속이 120km대 중후반일 정도로 공은 느리지만 무브먼트는 괜찮은 투수입니다.
 
2군 25경기서 2승 2홀드 평균자책점 3.62를 기록 중인 양현은 27⅓이닝 동안 6개의 사사구를 내주며 괜찮은 제구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묵직한 볼 끝이 아닌 공의 움직임으로 타자를 상대하는 스타일이라 실투가 몰리면 장타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네요.
 
선수들의 면면만 보면 아직 배워야 할 점이 더 많은 선수들입니다. 그러나 한 때 두산은 '감독의 양아들 야구'라는 팬들의 비난과 원성에도 아랑곳 않고 선수에게 기회를 주고 그 와중 주전 자리를 차지한 좋은 선수들을 배출한 팀입니다. 그래서 '화수분 야구'라는 단어도 탄생했구요.
 
대다수의 프로 선수들은 "1,2군의 기량 차는 생각만큼 크지 않다. 어느 순간 찾아오는 기회에서 얼마나 좋은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또다른 기회를 낳고 그렇게 되면서 1군 주전 선수가 탄생한다. 어떻게 보면 '운칠기삼(運七技三)'인 곳이 이 프로 무대"라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합니다. 결국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는 작은 기회를 제대로 살려야 큰 선수가 되는 곳이 프로야구입니다.
 
언급한 선수들보다 훨씬 더 많은 유망주가 자라는 곳이 2군이고 프로야구 무대입니다. 스타 플레이어만이 아닌, 설움을 딛고 무수한 섀도우 피칭과 배트 스윙으로 제 기량을 가다듬는 모든 팀의 성실한 유망주들이 확대 엔트리 제도를 통해 더 나은 선수로 자라나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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