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호수비 6개로 건져낸 100일만의 3연승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08.31 07: 01

야구에서 수비가 중요할까. 공격이 중요할까. 답은 없다. 그러나 경기 상황에 따라서 수비가 공격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고, 수비보다 공격이 더 필요한 때가 있다. 그렇다면 수비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경기를 소개한다.
 
LG 트윈스가 30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전에서 4-3으로 짜릿한 한 점차 승리를 거두며 100일만에 3연승을 올렸다. 이날 LG는 1-1 동점이던 7회 '작뱅'이병규의 1타점 역전 적시타와 정성훈의 2타점 쐐기타 덕분에 3점을 추가한 것이 보여지는 승리 요인이었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 LG는 무려 6차례나 호수비를 기록했다. 수비는 단순히 아웃카운트 하나를 늘린 것이 아니라 SK의 공격의지를 끊어냄과 동시에 실점까지도 막았다. 더불어 LG 투수들이 투구수를 줄이고 위기 상황까지 피했다는 점을 결코 놓쳐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LG는 어떻게 6개의 호수비를 건져낼 수 있었을까. 수비 위치를 잡을 때 몇 가지 고려할 사항이 있다.
가장 먼저 상대팀 타자의 특성을 가장 먼저 파악한다. 좌타자인지, 우타자인지, 그리고 이 타자의 스윙 습관과 궤적이 당겨 치는지, 밀어 치는지를 꿰뚫어보고 있어야 한다.
여기에 아웃카운트, 그리고 만약 루상에 주자가 나와있다면 그 주자의 움직임도 파악해야 한다. 경기 중반까지 노아웃을 경우에는 보통 1,3루수의 경우 베이스보다 두발 정도 벗어나서 1,2루간 또는 2,3루간 타구를 잡는데 집중한다.
그러나 루상에 주자가 있을 경우 장타를 피하기 위해서 1,3루수는 베이스 근처로 붙어 좌측과 우측 선상으로 빠지는 타구를 막기 위한 위치를 선점한다. 또 타자가 발이 빠르고 번트에 능할 경우 베이스보다 한두 걸음 정도 당겨 들어와야 한다. 1루에 주자가 있을 경우 1루수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
이렇듯 수십 가지가 넘는 수비 포메이션과 작전이 존재하는 가운데 LG는 상황 상황에 따른 수비 위치 변경이 적중했고, 선수들의 높은 집중력도 한 몫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출발부터 좋았다. LG는 1회말 선두타자 박재상의 우전안타성 타구를 1루수 이택근이 다이빙캐치로 공을 건져냈다. 모두가 안타라고 생각했던 타구를 이택근이 잡아냈다. 박재상이 좌타자라는 점, 그리고 무사였기에 이택근은 1루 베이스에서 두발 정도 뒤, 그리고 2루 베이스 쪽으로 두 걸음 정도 더 갔던 것이 효과를 봤다. 덕분에 선발 박현준은 1회 위기없이 잘 넘어갔다.
호수비는 1-1 동점이던 5회 이후 무려 5차례나 나왔다. 5회 1사 1루에서 박재상의 잘 맞은 타구가 우측 펜스를 향해 쭉쭉 뻗어나갔다. 그러자 LG 우익수 서동욱도 재빨리 뒷걸음질을 치며 물러서 머리 위로 날아가는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잡아냈다. 사실 외야수들에게 물었을 때 가장 까다로운 타구를 물으면 대부분이 머리 위로 날아가는 타구라고 말한다. 이 타구 역시 매우 까다로웠지만 서동욱의 수비 센스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덕분에 1사 2,3루가 될 수 있었던 상황이 2사 1루가 되면서 실점을 막았다.
호수비는 뒤이어 조동화 때도 이어졌다. 5회 2사 1루에서 2번 조동화 타구를 3루수 정성훈이 다이빙 캐치로 라인드라이브 아웃 처리했다. 정성훈은 2사였기에 3루 베이스에 붙어 있었다. 타구는 정성훈이 서 있던 곳과 3루 베이스 사이로 날아가자 정성훈이 몸을 날려 잡아냈다. 만약 그 전 타석에서 박재상의 타구가 안타가 돼 1사 2,3루였다면 어떻게 됐을까. 3루 주자를 막기 위해 3루수는 전진 수비를 했을 것이며 상황에 따라서 좌측 선상으로 빠져 2점을 내줄 수 있었다. 바꿔 말하면 LG는 5회 2연속 호수비로 최소 2점을 막아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수비에서 자신감이 붙은 LG 야수들은 6회에도 가벼운 발걸음을 보여줬다. 이번에도 3루수 정성훈이 선두타자 최정의 까다로운 바운드 타구를 잡아내며 1루에 뿌려 아웃시켰다. 일단 수비 위치가 좋았다. 노아웃이었기에 3루 베이스보다 두 걸음 정도 더 뒤에, 그리고 베이스가 아닌 2루 방향으로 가 있었던 것이 적중했다.
이어 2사 후 박정권의 타구 역시 1루수 이택근 글러브에 빨려 들어가면서 이닝이 종료됐다. 사실 이택근은 시즌 초 수비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중견수로 골든글러브를 받았던 그가 올 시즌 팀을 위해 1루수로 전향했다. 특히 원바운드 타구에 어려움을 겪던 이택근은 이날 두 차례 호수비를 선보이며 제법 베테랑 1루수다운 모습을 보였다.
LG의 호수비는 7회에도 이어졌다. LG는 7회초 4-1로 역전을 시켰기에 7회말 수비가 중요했다. 1사 1루에서 최윤석의 우측 타구를 서동욱이 슬라이딩 캐치로 잡아냈다. 여기에는 수비 시프트가 있었다. 최윤석이 파워가 뛰어나지 않다는 점, 그리고 당겨치는 것보다 밀어치는 것을 선호한다는 점, 그리고 1루에 주자가 있다는 점에 예측하고 우익수 서동욱이 보통 때보다 세 걸음 정도 전진 수비한 것이 효과적이었다.
앞에서 말했듯이 LG는 5회 두 점, 그리고 6,7회 각각 한 점씩을 수비로 막았다고 볼 때 총 4점을 막아냈다. LG는 이날 4-3으로 이겼다. 만약 수비가 없었다면 산술적으로만 놓고 볼 때 최소 4-7로 패할 수도 있는 경기였다.
수비의 중요성은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보여줬다. 지난 시즌 중반 볼티모어 오리올스 사령탑에 오른 벅 쇼월터 감독이 수비 강화를 통해 경기당 2.1점을 막아내며 부임 후 승률을 메이저리그 전체 1위로 끌어올렸다.
 
박종훈 감독도 경기 후 LG 수비를 칭찬했다. 그는 "호수비가 승리를 하는데 기여했다. 호수비는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마음이다"라고 말하면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부분"이라며 앞으로도 선수들의 높은 수비 집중력을 주문했다.
LG는 31일 현재 51승1무53패를 기록하며 4위 SK(55승48패)를 4경기 반 차로 추격중이다. 여전히 승차가 많이 벌어져있지만 30일 경기와 같은 호수비와 높은 집중력을 보여준다면 착실하게 승리를 추가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LG의 9년만에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도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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