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날아오를 것 같던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29, 러시아)의 날개가 펴지지 못했다.
옐레나 이신바예바는 지난 30일 저녁 대구 스타디움서 열린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장대높이뛰기 결승에서 4m65에 그쳐 우승은 물론, 메달 획득에도 실패했다.
그녀의 최종 기록은 너무나 초라했다. 불과 4m65로 6위에 그친 것. 말 그대로 부진이었다. 단 한 번의 실수일지도 모르지만 최근 이신바예바의 모습은 단순한 실수와 짧은 슬럼프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신바예바는 세계 기록을 27차례나 경신한 말 그대로 장대높이뛰기의 여제였다.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며 명성을 알리기 시작한 이신바예바는 2005 헬싱키 대회와 2007 오사카 대회서 2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바 있다.

이후에도 이신바예바의 독주는 계속됐다. 2005년 7월 여자 장대높이뛰기 사상 처음으로 5m를 넘은 이신바예바는 2009년 8월 28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지금의 세계 기록인 5m06을 세웠다. 말 그대로 독주였다.
그러나 현재의 이신바예바는 그 때와 다르다. 최고의 모습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무리가 있다. 이번 시즌 이신바예바의 최고 기록은 4m76에 불과했다. 5m06과 비교해서는 큰 차이가 있었다. 심지어 시즌 최고 기록인 제니퍼 서(미국)의 4m91과도 큰 차이가 났다.
약 1년 간의 휴식기를 가졌던 이신바예바. 그녀는 자신이 최상의 컨디션이었다며 장대를 잘못 선택해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그렇지만 그녀가 더 이상 최고가 아니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이신바예바는 현재 만 29세다. 1년 뒤에는 30세가 된다. 더 이상 전성기라 하기 힘들다. 그런 상황에서 그녀가 런던 올림픽에서 화려한 비상을 위해 날개를 다시 활짝 펼 수 있을지는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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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구=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