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이변의 연속과 생각보다 저조한 기록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은 31일 대회 5일째에 접어 들었다. 이날 경기는 오전 9시에 시작되는 여자 20km 경보 외에는 아무 종목도 열리지 않는다. 사실상 하루 동안의 대회 중반 휴식기인 셈.
비록 4일 밖에 대회가 진행되지 않았지만 그 동안 나온 소식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말 그대로 이변의 연속이었다. 이변은 대회 2일째부터 시작됐다. 지난 28일 저녁 7시반 남자 1만m에서 첫 사건이 터졌다.

당초 강력한 우승후보로서 세계육상선수권 5연패를 노리던 케네니사 베켈레(29, 에티오피아)가 경기 도중 선두 그룹과 거리가 멀어지자 10바퀴를 남기고 기권을 하고 말았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베켈레가 노리던 금메달은 이브라임 제일란(22, 에티오피아)이 막판 놀라운 스퍼트로 결승선 직전 역전에 성공해 차지했다.
남자 1만m에서 발생한 이변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남자 100m에서 최고의 충격을 선사하는 일이 발생했다. 바로 '단거리 최강 중의 최강' 우사인 볼트(25, 자메이카)가 부정 출발로 인해 실격 처리가 된 것. 당연히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 생각되던 선수의 실격에 각국의 취재진들은 잠시 동안 공황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대회 3일째에는 큰 이변 없이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이변은 또 다시 발생했다. 남자 110m 허들 결승전 결과가 바뀌어 버린 것. 레이스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다이론 로블레스(25, 쿠바)가 주행 도중 경쟁자 류샹(중국)의 몸을 쳐 허들링을 방해했다는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남자 110m 허들 금메달은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한 제이슨 리처드슨(미국)의 차지가 됐다.
이변은 4일째에도 일어났다. 왕좌 탈환에 나섰던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옐레나 이신바예바(29, 러시아)가 우승은 커녕 메달 획득에도 실패했다. 이신바예바가 노리던 왕좌는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조차 없던 파비아나 무레르(30, 브라질)에게 돌아갔다.
이와 같은 유명 선수들의 탈락 등 이변만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을 괴롭히는 것은 아니다. 좀처럼 나오지 않는 기록 경신도 문제다. 현재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에서 나온 세계 기록은 단 하나도 없다. 여자 포환 던지기에서 대회 타이 기록이 나온 것이 전부다.
역대 세계육상선수권 사상 세계 신기록이 나오지 않은 대회는 1997 아테네 대회와 2001 에드먼턴 대회, 2007 오사카 대회가 전부다. 만약 남은 5일 동안 세계 신기록이 나오지 않는다면 대구 대회는 세계 신기록이 나오지 않은 세계육상선수권 명단에 4번째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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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구=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