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책' 김선빈·강정호, '너의 불행이 나의 행복?'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1.08.31 07: 02

[OSEN=고유라 인턴기자] '동업자 의식'보다는 팀의 득점이 먼저였다.
같은 유격수 포지션을 맡고 있는 김선빈(22, KIA 타이거즈)과 강정호(24, 넥센 히어로즈)가 한 경기에서 나란히 수비 실책을 저질렀다. 그리고 각자 상대의 수비 실책으로 나란히 팀의 첫 점수를 올리며 양팀 접전에 불을 붙였다.
30일 KIA 타이거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린 광주구장이었다.

먼저 넥센의 유격수 강정호가 3회말 2사 2,3루에서 김상현의 땅볼 타구를 잡아 2루에 던지는 과정에서 악송구를 범했다. 공은 2루수 글러브를 지나 빠져나갔고 그 사이 홈으로 파고들며 선취점을 올린 3루주자가 상대 유격수 김선빈이었다.
넥센도 곧 점수를 냈다. 넥센은 4회초 바로 1사 1루의 찬스를 만들었다. 이때 송지만이 유격수 앞 땅볼을 때렸다. 그런데 김선빈도 강정호와 비슷하게 2루수에게 악송구했고 백업이 되지 않아 공은 그대로 1루 베이스 뒤 담장까지 굴러갔다.
이때 1루주자도 공교롭게 강정호였다. 강정호는 이전 이닝의 실책을 만회하겠다는 듯 거침없이 홈까지 쇄도해 '만회점'을 올렸다. 송지만도 3루에 안착했고 이어 오재일의 홈런이 터져 넥센은 역전에 성공했다. 경기는 결국 뒤집고 뒤집힌 끝에 넥센이 8-7로 승리했다.
유격수는 경기 중 많은 타구가 날아가는 곳에 위치해 있고 수비범위가 넓은 만큼 부담이 큰 포지션이다. 현재 실책이 가장 많은 삼성의 김상수(19개)를 비롯해 실책 10위 안에 유격수가 문규현(14개), 강정호(10개), 박진만(9개), 이대수(9개) 등 다섯 명이나 들어있다. 멀티 포지션 중 주로 유격수를 소화하는 박경수도 실책 16개로 2위다. 이들이 절대 실력이 모자란 선수들이 아니라는 점을 볼 때 소화하는 타구가 많은 만큼 실책도 많은 것이다.
김선빈과 강정호 역시 이날 각각 4개의 자살과 2개의 보살, 1개의 자살과 3개의 보살을 기록하며 팀에서 가장 많은 수비 기록을 세웠다. 이와중에 '옥에티'가 된 수비 실책을 잊기 위해 두 선수는 찬스 때 열심히 뛰었던 것이다. 그 활약이 우연히 서로의 실책 때 나오면서 이 둘은 이날 '동병상련'이기보다는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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