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도 잘 하는데 성격도 좋다. 안 좋아할 수가 없는 선수다".
코칭스태프나 동료들이나 모두 칭찬 일색. 실제로 이야기해봐도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야구에 임하는 자세를 물씬 풍기는 '매너남'이다. 6위까지 밀려나버린 두산 베어스지만 외국인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30)의 존재감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니퍼트는 지난 30일 잠실 한화전서 선발로 등판, 최고 151km의 직구에 체인지업을 활용하며 6이닝 6피안타(탈삼진 4개, 사사구 5개) 2실점으로 시즌 10승 째를 올렸다. 지난 3일 KIA전서 8이닝 10피안타 3실점 승리를 거둔 후 27일 만의 승리다.
올 시즌 10승 6패 평균자책점 2.86을 기록하며 김선우와 함께 선발 원투펀치로 맹활약 중이다. 이미 145이닝(전채 4위)을 소화하며 이닝이터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고 평균자책점 순위도 2위로 양호하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야구 외적인 생활에서도 흠 잡을 곳이 없다는 점. 가족들이 미국으로 돌아간 후 니퍼트는 "그저 남는 시간에는 숙소로 돌아가 TV를 보는 것이 낙이다. 확실히 가족들이 돌아가니 심심한 시간이 많아졌다"라고 웃었다. 경기 후 가볍게 맥주를 즐기는 외국인 선수들이 제법 많지만 니퍼트는 술을 거의 즐기지 않는다.
가정적인 이미지를 굳히는 일화가 하나 더 있다. 지난 3일 KIA전서 승리를 거둔 니퍼트는 등판을 마친 직후 구단의 양해 하에 병원으로 달려갔다. 세 살 된 딸 오브리가 야구장에 놀러왔다가 뒷머리를 찧는 사고를 당했기 때문. 연락에 부랴부랴 병원으로 향했던 니퍼트는 밤새 노심초사하다 정밀 검진 결과 이상이 없고 딸이 웃음을 되찾은 뒤에야 비로소 마음을 놓았다.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팀 적응력도 큰 문제가 없다. 투수진 맏형 김선우는 니퍼트에 대해 "능글능글한 면도 있지만 굉장히 착하다. 영리하면서 착한 스타일이라 선수들과도 잘 적응하고 있다"라며 높은 점수를 주었다.
그러나 아직 니퍼트가 다음 시즌에도 두산과 함께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이미 두산 입단 전 요미우리로부터 굉장히 좋은 조건을 제시받았던 니퍼트를 향해 미국, 일본 스카우트들이 예의주시 중. 특히 한신, 요코하마 등 일본 구단들은 니퍼트의 공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있다. 과거 긴테쓰의 제레미 파웰이나 히로시마 에이스로 활약했던 콜비 루이스 등 장신 외국인 투수는 일본 무대서 대단한 히트 상품이 되었기 때문.
"미국과 일본에서 스카우트가 왔었는지는 몰랐다. 그래도 크게 신경쓰지는 않는다. 미국에서 뛸 때도 많은 스카우트나 전력분석원들이 중앙석을 지키며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아울러 지켜봤다. 그저 그렇게 생각하겠다. (30일 경기에 해외 스카우트가 없었다고 전하자) 별 상관 없다니까(웃음)".
호수비를 보여주거나 실책을 저지른 야수를 공수 교대 시 끝까지 기다렸다가 격려하는 니퍼트. 분명 실력이나 인성이나 흠 잡을 데가 없는 만점 외국인 투수. 2011시즌 그나마 두산이 위안을 삼을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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