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대호 인턴기자] 강정호의 2년 연속 수상이냐, 김상수ㆍ김선빈ㆍ이대수의 첫 수상이냐.
올 시즌 골든글러브 판도에서 최고의 격전지는 유격수 자리다. 시즌 초반 KIA 타이거즈 김선빈(22)이 무서운 타격 감각으로 치고 나가더니 삼성 라이온즈 김상수(21)가 초반 부진을 딛고 3할에 가까운 고타율에 화려한 수비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거기에 지난해 유격수부문 골든글러브에 빛나는 넥센 히어로즈 강정호(24) 역시 유격수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장타력을 뽐내며 2연속 수상을 노리고 있다. 또한 한화 이글스 이대수(30)는 후반기 4할이 넘는 맹타를 휘두르며 새로이 후보군에 명함을 내밀고 있다.

이른바 유격수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든 올 시즌 골든글러브의 향방, 네 선수의 성적을 분석해봤다. 순서는 31일 현재 선수 소속팀의 순위에 따랐다.
▲ 삼성 김상수(106G, 타/출/OPS-.295/.375/.748, 2홈런 42타점 42득점 22도루 20실책)
-강점: 김상수의 최대 강점은 출장 경기 수와 팀 순위다. 체력 소모가 심한 유격수 자리에서 김상수는 삼성이 치른 109경기 가운데 106차례 경기에 나섰다. 김상수의 분전 속에 삼성은 시즌 중반부터 선두로 치고나가 현재는 2위 그룹과 꽤나 큰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김상수는 9번과 1번을 오가며 득점권에 강한 ‘찬스맨’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상수의 올 시즌 득점권 타율은 3할5리로 시즌 타율보다 1푼 가량 높다. 여기에 31일 현재 42타점으로 팀 내 타점 부문 3위에 올라있다. 또한 김상수는 도루 22개를 기록하며 유격수 가운데 주루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만약 삼성이 우승을 차지하는 가운데 김상수가 3할/30도루를 달성한다면 골든글러브를 타기에 충분하다.
-약점: 김상수는 올 시즌 20번의 실책을 범해 모든 수비수 가운데 가장 많은 횟수를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김상수의 넓은 수비 범위와 강한 어깨를 높게 치지만 수비에서 지나치게 서두르는 것과 송구 부정확을 약점으로 꼽는다. 실책 횟수로 수비 능력을 전부 판단하긴 어렵지만 경쟁자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숫자는 약점으로 작용하기에 충분하다.

▲ KIA 김선빈(84G, 타/출/OPS-.299/.392/.783, 4홈런 44타점 52득점 19도루 8실책)
-강점: 김선빈은 개막 후 6월 까지 KIA의 테이블세터로 뛰며 타율 3할을 꾸준히 유지해 가장 강력한 골든글러브 후보로 꼽혔다. 또한 지난 7월 5일 광주 넥센전에서 코리 알드리지의 타구에 얼굴을 맞아 경기에서 한동안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부상 복귀 후 13경기에서 타율 3할2푼6리를 올리는 등 공백을 느낄 수 없게 하는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김선빈은 골든글러브 경쟁 유격수들 가운데 가장 적은 실책(8개)을 범하며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큰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서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52득점을 올리며 KIA의 테이블세터 역할을 톡톡히 했다. 거기에 19개에 이르는 도루는 김선빈이 주루 센스까지 갖춘 만능선수임을 방증한다.
-약점: 김선빈은 부상으로 인해 한 달 반 정도 출전하지 못한 것이 치명타다. 현재 김선빈은 352타석을 기록 중인데 규정 타석인 412타석을 채우기 위해선 60타석이 필요하다. 31일 현재 KIA의 잔여경기 수는 15경기. 산술적으로 김선빈은 잔여경기에 모두 출장해 하루 4타석씩 들어서면 규정타석 충족이 가능하다. 더군다나 김선빈은 주로 상위타선에 위치하므로 타석 채우기에 더욱 용이한 상황이다. 김선빈이 골든글러브 경쟁에 뛰어들기 위해선 규정타석을 채우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 한화 이대수(97G, 타/출/OPS-.282/.340/.759, 7홈런 43타점 46득점 6도루 9실책)
-강점: 최근 가장 방망이가 뜨거운 선수, 바로 이대수다. 이대수는 31일 현재까지 후반기 타율 4할1푼9리로 8개 구단 선수 가운데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이대수의 OPS도 1.104로 리그 최고의 거포와 비슷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동안 시즌 후반이 되면 체력적인 문제를 노출했던 이대수지만 지난겨울 혹독한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파워와 체력을 보강했다. 덕분에 이대수는 후반기 타율 1위에 당당히 오르며 본격적으로 골든글러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아직까지는 다른 유격수 경쟁자에 비해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두고 있는 건 아니지만 모든 공격 지표가 누구와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홈런 7개는 넥센 강정호와 함께 유격수 1위다.
-약점: 분명 2할대 후반의 타율에 10개 가까운 홈런은 유격수치고 훌륭한 성적이다. 하지만 올해 유격수들의 성적이 대체로 상향평준화 되며 이대수의 성적이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게 아쉽다. 이대수가 골든글러브를 노려보기 위해선 3할 타율이나 10홈런 등 상징적인 지표에 이를 필요가 있다. 둘을 동시에 달성하면 금상첨화다.

▲ 넥센 강정호(94G, 타/출/OPS-.296/.371/.792, 7홈런 52타점 43득점 3도루 10실책)
-강점: 강정호는 지난해 유격수 골든글러브 타이틀 보유자다. 선정 방식의 특성 상 크게 성적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이름값에서 앞선 강정호가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또한 강정호는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를 맡고 있으면서 동시에 팀의 중심타선을 책임지고 있는 것도 점수를 얻을 수 있다. 31일 현재 강정호는 52타점을 기록해 코리 알드리지(51타점)를 제치고 팀 내 최다 타점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강정호의 타격 성적은 유격수부문 경쟁자들 가운데 가장 앞선다. 타율(.296)과 출루율(.371)에서 KIA 김선빈(타율 .299, 출루율 .392)에 약간 뒤지지만 강정호의 OPS는 8할에 육박하며(.792) 유격수답지 않은 장타력을 뽐내고 있다.
그리고 강정호는 보통 시즌이 진행될수록 성적이 올라가는 전형적인 슬로 스타터다. 개막 후 6월 15일까지 강정호는 타율 2할4푼3리에 3홈런 24타점으로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 강정호는 31일 현재까지 타율 3할6푼2리에 4홈런 28타점을 집중시켰다. 소속팀 넥센은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32경기를 남겨뒀기에 강정호가 누적 기록을 쌓는 데 유리하다. 3할/10홈런 이상이면 강정호의 골든글러브 2연속 수상이 유력시된다.
-약점: 지난해 강정호는 소속팀 넥센이 7위에 머물렀지만 두산 손시헌을 제치고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품에 안았다. 이처럼 지난해 골든글러브 시상에는 팀 성적이 절대적인 영향을 주진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골든글러브 경쟁자로 떠오른 삼성 김상수가 걸린다. 이미 삼성은 2위권으로부터 멀찍이 달아나있어 정규시즌 우승이 유력시된다. 만약 김상수가 현재의 성적을 유지한 채 팀 우승이라는 프리미엄까지 등에 업으면 강정호의 가장 큰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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