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유라 인턴기자] "우리가 더 떨어질 데가 어딨나".
이 한 마디가 최근 넥센 히어로즈의 분위기를 읽어줬다.
김시진(53) 넥센 히어로즈 감독과 팀내 베테랑 선수 송지만(38)이 넥센의 상승세에 대해 "더 떨어질 데가 없다는 생각과 당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오기가 팀을 강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김 감독과 송지만은 31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각자 다른 곳에서 취재진을 만났다.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는 일맥상통했다.
김 감독은 "우리는 더 떨어질 데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무서운 게 없다"며 "시즌 내내 경기 중에 손해본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는데 그에 대한 오기로 선수들이 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지난 30일 광주 KIA전에서 심판의 스트라이크존 판정에 강력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감독으로서 우리가 손해본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내 욕심인지 몰라도 계속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송지만도 "선수들이 시즌 초부터 상위팀을 만나면 자꾸 지는 것도 그렇고 팀이 불리하다는 느낌을 받아서 오히려 오기가 생겨 더 잘하는 것 같다.이대로 당할 수 없다는 생각에 상위팀을 더 괴롭힌다"고 선수단의 분위기를 전했다.
두 사람은 이 상승세가 단발성이 아니라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의견이 일치했다.
먼저 송지만은 "선수들이 이제 경기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면서 "내 역할은 고참으로서 선수들을 독려하고 분위기를 살리는 것인데 요즘 선수들이 스스로 재미있어 하니 내가 할 게 없다. 이대로 선수들이 살아나고 팀이 만들어진다면 내년 시즌을 더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 또한 "7월 이후 팀이 5할 승률을 거두고 있는데 이대로만 계속 소화를 해준다면 선수들이 더 자신감이 생길 것"이라고 말하며 내년 시즌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을 비쳤다.
넥센은 지난 30일 광주 KIA전에서 3-7로 뒤지다가 8-7 대역전승을 일궈낸 데 이어 이날 잠실 두산전에서도 7회 송지만의 역전포에 이어 10회 장기영의 결승 투런포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대승보다 더 효과가 크다는 역전승을 통해 넥센 선수들은 김 감독의 말처럼 '지고 있어도 끝날 때까지는 모른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
최근 이틀 뿐 아니라 넥센은 8월 들어 가을야구 티켓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KIA, LG, 롯데를 상대로 대등한 경쟁을 펼치며 4강 싸움의 캐스팅 보트로 떠올랐다. 이번 주 6위 두산 2연전, 7위 한화와의 3연전에서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해 '탈꼴찌'에 대한 희망도 키우고 있다.
비록 팀 순위는 현재 최하위지만 최근 팀 분위기는 어느 팀보다 유쾌하고 열정적인 넥센의 감독과 선수들이 프로야구 판을 끝까지 긴장하고 보게 만들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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