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의 달인' 김경문의 NC 운용책은?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9.01 07: 02

뚜껑이 열리기 전 최약체팀으로 분류되었던 팀. 그러나 2006년을 제외하고 첫 3~4년 간 플레이오프 진출을 보장했던 팀. 그 팀을 이끌었던 지도자가 이제는 신생팀의 지휘봉을 잡는다. 김경문 전 두산 베어스 감독이 이제는 NC 다이노스의 수장으로 자리한다.
 
NC는 8월 31일 밤 긴급 보도자료를 통해 "김경문 전 두산 감독을 창단 초대 감독으로 선임한다. 계약기간 3년, 등 총 14억원에 계약했다"라고 밝혔다.

선임 배경에 대해 NC는 "그동안 화수분 야구로 불리며 젊은 선수 육성에 뚜렷한 성과를 냈다는 점을 감안했다. 김 감독이 2008년 중국 베이징 올림픽에서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따낸 챔피언 스피릿(champion’s spirit)으로 승리의 갈증을 채워달라는 연고지 창원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최근 수 년간 우승후보로 꼽히다 6위까지 내려앉은 두산이지만 사실 김경문 감독 부임 초기에는 허약한 선수층으로 인해 최하위권으로 분류되어도 할 말이 없던 팀이었다. 김경문 감독 취임 직후 주전 톱타자인 정수근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롯데로 이적했고 중심 타선에 배치되었던 우익수 심재학도 KIA로 떠났다.
 
가뜩이나 2003년도 7위에 그친 팀인 만큼 '김경문호' 두산에 대한 팬들의 기대치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서 실패한 기교파 좌완 게리 레스를 1선발로 활용하고 삼성 방출 전력의 사이드암 정성훈을 계투 전천후 카드로 활용했다. 정수근의 빈 자리는 백업 외야수에 지나지 않던 전상렬을 세워 쏠쏠한 재미를 보았다. 2004년 두산은 70승 1무 62패로 3위에 올라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다.
 
2004년 9월부터 프로야구계를 뒤흔든 병역 비리 파동으로 마무리 구자운, 셋업맨 정성훈, 백업 포수 채상병 등을 상당수 선수들을 잃은 동시에 좌완 에이스 레스까지 일본 재진출로 위기를 맞았던 두산. 누가봐도 이듬해 최하위가 당연해보였던 전력이었다.
 
그러나 2005년 두산은 72승 3무 51패로 페넌트레이스 2위를 차지한 뒤 한국시리즈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KIA서 이적해 온 다니엘 리오스의 맹활약도 있었으나 계투 요원 이재우가 무려 28홀드를 뽑아냈고 유망주였던 정재훈도 기교파 마무리로 30세이브를 올리며 타이틀 홀더가 되었다.
 
2006년 주포 김동주의 어깨 부상에도 두산은 63승 3무 60패로 4강 경쟁권에서 5위로 아쉽게 포스트시즌 문턱에 오르지 못했다. 확실한 스타 플레이어 없이 5할 이상을 기록한 '김경문호' 두산이었다.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지만 철저히 무명으로 묻혀있던 선수들의 가능성을 재발견하고 동기 부여의 장을 제공한 김경문 감독의 용병술도 무시할 수 없었다.
 
실제로 삼성-한화 시절 방출의 위기를 수 차례 겪었던 전상렬은 일발장타력이 떨어졌으나 견실한 수비와 작전수행능력을 인정받아 두산에서 비로소 주전 외야수로 활약했다. LG 방출생 최경환도 넘치는 투지를 높이 평가받아 2년 간 주전 좌익수로 나섰다.
 
탐라대 시절 선수 생활을 장담할 수 없던 중상을 입고 중퇴 후 전력분석원으로 두산에서 첫 생활을 치르던 이재우는 묵직한 볼 끝을 인정받아 필승 계투로 우뚝 섰다. 배터리코치 시절 배팅볼을 던지던 이재우의 공을 훈련 외 시간 동안 직접 받아주던 김경문 감독은 자신이 감독직에 앉자 그를 중용했다. 정재훈은 직구가 빠르지 않았으나 움직임이 좋은 포크볼과 제구력을 인정받아 전례가 드물던 기교파 마무리로 활약했다.
 
완성형 선수들은 아니었으나 1,2개의 장점을 특화하며 팀의 주전 선수로 우뚝 선 케이스. 다른 팀이었다면 확실한 1군 주전 출장 기회를 100% 보장할 수 없던 선수들이다. 선수들이 투지를 불사르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린 것이 가장 컸으나 때로는 독하고 엄하게 다그치고 때로는 격려하며 선수들을 이끌었던 김경문 감독이 함께 했음을 떠올려봐야 한다.
 
지금은 두산 시절보다 상황이 더욱 안 좋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팀에서 신예와 타 팀 방출생들을 모아 NC만의 야구를 개척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있기 때문. 2군에서 1년을 보내며 상대적 무명 선수들의 장점을 파악할 시간이 있으나 1군과 2군은 엄연한 차이가 있다. 김경문 감독 앞으로 그 1년을 포함한 3년의 기회가 주어진 셈.
 
감독 부임 초기 김경문 감독은 단점 보완보다 장점 특화에 집중하며 알려지지 않았던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예상 외의 성과를 거뒀다. 감독 인생 두 번째 지휘봉을 신생팀 감독으로 잡게 된 김경문 감독의 야구가 앞으로 3년 간 어떻게 펼쳐질 지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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