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울린 박윤의 힘찬 날갯짓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1.09.02 07: 01

[OSEN=인천, 이대호 인턴기자] "아버지께선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하라고 말씀하시던데요".
SK 와이번스와 LG 트윈스의 경기를 앞둔 1일 문학구장. LG 박종훈(52) 감독의 아들로 잘 알려진 SK 박윤(23)이 훈련을 마친 뒤 1군 복귀의 소감을 전했다.
지난달 6일 2군에 내려간 후 이날 경기에 앞서 약 한 달 만에 1군에 복귀한 박윤은 좀 더 얼굴이 그을린 모습이었다. 그는 "1군에 오래 머무르진 못했지만 잠시라도 있었기에 '다시 올라가야 한다'는 목표의식이 있어 2군에서 더 열심히 훈련을 했다"면서 활짝 웃었다.

역시 관심사는 박윤과 아버지 박 감독의 이야기. 1일 경기 전까지 4위 SK는 5연패 늪에 빠지며 4연승을 구가하며 휘파람을 불던 5위 LG에 3.5게임차 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이날 경기는 어쩌면 가을야구 향방을 가를 중요한 경기였다. 이에 대해 박윤은 "1군 올라간다는 소식을 먼저 들으신 아버지가 먼저 연락 해오셨다"면서 "비록 우리가 부자지간 이지만 비즈니스라는 생각으로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고 하셨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리고 결국 부자간의 운명이 엇갈리는 순간이 오고야 말았다.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박윤은 4-5로 뒤진 8회말 2사 1루에 대타로 그라운드를 밟아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이어 LG가 9회초 작은 이병규의 솔로포로 한 점을 더 달아나 승기를 잡는 듯 했지만 9회말 2사 후 SK는 이호준과 박진만의 적시타에 힘입어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양 팀의 10회 공격이 고요하게 지나간 뒤 11회 초, 드디어 박윤이 날았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큰 이병규는 고효준의 공을 그대로 잡아당겨 우익선상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날렸다. 그대로 두면 이병규가 2루 까지 가기엔 전혀 무리가 없는 타구.
 
이때 1루 파울라인에 붙어 있던 박윤은 나비같이 몸을 날리며 글러브를 힘껏 뻗었고, 이병규의 총알 같은 타구는 박윤의 글러브가 제 갈 곳이었다는 듯이 깔끔하게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순간 박윤은 멋쩍은 듯 미소를 띠며 다음 수비를 준비했고, 박 감독은 입맛을 다시며 덕아웃에서 나왔다. 두 사람의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결국 승부는 11회말 1사 만루에서 나온 정상호의 끝내기 내야안타에 힘입어 SK의 7-6 짜릿한 역전승으로 끝났다. 물론 SK의 승리에는 11회초 박윤의 호수비가 밑거름이 되었다.
경기가 끝난 뒤 다시 만난 박윤은 "막아야 기회가 오기 때문에 몸으로라도 막아야겠다는 각오로 임했다"면서 "벤치에서 깊숙한 수비를 지시했고 집중한 게 좋은 수비로 연결된 것 같다"고 팀의 승리를 기뻐했다. 그리고 인터뷰가 진행되던 순간, 아버지 박 감독은 패배의 쓰라림을 가슴에 안고 문학 구장을 떠나고 있었다.
박 감독의 말대로 두 사람은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박 감독은 승리를 위해 선수들을 독려하고 끊임없이 고뇌하며 지시를 내렸고, 박윤은 자기 앞으로 오는 공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이날 밤 두 사람의 운명은 정반대로 엇갈렸다. 승자와 패자가 필연적으로 생기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 다양한 드라마를 만들어 내는 것, 바로 이것이 야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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