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으면 못견디는 애들이니까."
SK 와이번스가 조금씩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만수(53) 감독대행 체제로 바뀐 후 시즌 두 번째 5연패에 빠지는 등 내홍을 겪은 SK다. 선수단은 갑작스러운 시즌 중 사령탑 교체 후 언론 노출을 자체하는 분위기였다. 성적마저 좋지 않으면서 경기 내용도 풀리지 않는 답답한 상황이 반복됐다.

이 대행 역시 평소보다 웃음이 줄어든 표정으로 취재진을 맞이해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러나 1일 문학 LG전을 앞두고 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연출됐다. 주장 이호준을 비롯한 최동수, 박재홍 등 베테랑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취재진과 농담 속에 그동안 경직돼 보였던 분위기를 조금씩 풀었다. 결론적이지만 이날 연장 11회말 정상호의 끝내기 안타로 7-6의 짜릿한 재역전승을 거두면서 SK는 다시 반등의 흐름으로 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더 이상 내려갈 곳은 없다"
31일 LG전 패배가 SK 전체에 긴장감을 가져왔다. 사실상 끝난 것처럼 보이던 4강 싸움이었다. 그러나 5위 LG의 선전 속에 3.5경기차로 다시 긴장감을 높이기 시작했다.
이날 경기 후 SK 선수단은 긴급 미팅 시간을 가졌다. 저마다 분위기를 바꿔놓을 수 있는 계기 마련이 절실하다고 믿었다. 같은 시각 이 대행으 중심으로 한 코칭스태프도 고민에 싸였다. 하지만 내린 결론은 "더 이상 내려갈 곳은 없다"였다.
결국 경기 외적인 것에서 스트레스를 최대한 받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위기에서는 항상 그렇듯 베테랑들이 솔선수범했다. 주장 이호준을 비롯해 최동수, 박재홍이 경기 전 취재진과 가벼운 농담을 주고 받았다.
코칭스태프도 이날 장시간에 걸쳐 선수단 분위기 쇄신책을 연구했다. 다음날 이 대행부터 좀더 밝은 모습으로 취재진을 맞았다. 또 2군에서 정경배 코치를 올려 1루 주루코치, 김태균 코치를 3루 주루 및 작전코치로 돌렸다. 3루에 있던 이철성 수석코치는 덕아웃 이 대행 옆으로 이동했다.

▲틀이 잡혀가는 자율과 단체 훈련
훈련 태도가 바뀌었다. 이 대행 체제 속 SK 훈련은 많은 부분이 자율이다. 크게 개인과 단체 훈련으로 나뉘는 메이저리그식 방식이다.
평일의 경우 경기시작 3시간 30분 전인 3시 정도가 단체 훈련시간이다. 워밍업부터 시작하는 이 때는 부상자 정도면 제외하고 예외없이 그라운드에 나와야 한다. 훈련이 끝나도 라커룸에 들어가서는 안된다. 고참들이나 투수들도 기다렸다 공을 주워야 한다.
개인훈련은 단체훈련보다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앞선다. 원하는 선수나 꼭 훈련이 필요한 선수만 하는 자율스러운 방식이다. 실내에서 훈련을 시작, 답답함을 느끼면 그라운드로 나와서 칠 수 있다. 단 코치들은 선수들보다 일찍 나와서 대기해야 한다. 선수들이 필요할 경우 훈련을 도와야 하기 때문이다.
한 SK 관계자는 "최근 선수들이 불안해 하기 시작했다. 김성근 감독 시절 엄청난 훈련량을 소화했던 만큼 갑작스럽게 그 양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며 "이제는 코치들에게 티배팅을 올려달라고 말하는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좀더 일찍 단체 훈련에 돌입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훈련시간을 앞당기는 경우가 많다"며 "며칠 전부터 워밍업 시간이 점점 줄고 있다. 그만큼 단체 훈련을 위한 개인훈련을 많이 하고 있다는 뜻이다"고 덧붙였다.
이에 한 SK 코치는 "이만수 대행이 2군에서 추구했던 방식이다. 선수들이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찾아 메우려 고심해야 한다고 믿었다"며 "항상 '경기장에서만 집중해서 잘하면 된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이런 기본적인 것을 자율적으로 찾아 갖추길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5연패 후 첫 승을 거둬 4강 위협에서 조금 자유로워진 SK다. 이런 변화가 앞으로 승패에 어떤 영향을 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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