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가 분업화된 현대 야구에서 계투 요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자기 희생이 뒷받침돼야 하는 보직이다. 출격 명령이 떨어지면 언제든 마운드를 오를 수 있도록 대기해야 한다. 몸을 풀어도 등판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선발 또는 마무리 투수의 활약상에 비해 빛을 보지 못한다. 이른바 '마운드의 3D 업종'으로 불릴 만하다.
오치아이 에이지 삼성 라이온즈 투수 코치는 현역 시절 주니치 드래건스의 필승 계투조로 활약했다. 그는 "어떤 팀이든 선발 투수가 주목을 받는 반면 계투 요원은 그렇지 않은 편"이라며 "나 역시 계투 요원으로서 오랫동안 뛰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그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또한 오치아이 코치는 "돌이켜 보면 계투 요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삼성은 8개 구단 최고의 필승 계투조를 보유하고 있다. '맏형' 정현욱을 비롯해 권오준, 안지만, 권혁 등 막강 허리진을 갖췄다. 이들은 위기에 처할때면 마운드에 올라 상대의 공격 흐름을 차단한다. 5회 이후 2~3점차 앞선 상황에서 등판해 상대의 추격 의지를 꺾는다. 그리고 '끝판대장' 오승환에게 바통을 넘긴다.

하지만 계투 요원의 역할과 노력에 비해 보상은 턱없이 부족하다. 오치아이 코치는 "어떻게 보면 프로 선수니까 계투 요원들이 보상받는 유일한 방법은 연봉"이라며 "구단에서도 그들의 가치와 노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오치아이 코치는 정현욱과 권혁이 홀드를 추가할 수 있도록 동반 출격시킬 계획을 내비쳤다.
이우선, 임현준 등 추격조의 역할도 아주 중요하다. "이만수나 장효조만 9명이 있다고 이기는 것은 아니다"는 류중일 감독의 견해와 같은 맥락이다. 경기 초반에 큰 점수차로 끌려 가는 상황에서 선발 또는 필승조 투수를 투입할 수 없는 노릇이다. 궂은 일을 맡아주는 투수가 필요하다는 의미. 오치아이 코치는 "분명히 이들이 해줘야 할 부분이 있다"고 이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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