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에 대한 부담감을 모두 이겨낸 이유일까. '캡틴' 박주영(아스날)이 펄펄 날았다. 흡사 아르센 웽거 감독이 보라는 듯 빅리그 명문 팀에 입단한 자축포를 발과 머리로 세 차례나 터트렸다.
'캡틴' 박주영은 2일 오후 8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1차전 레바논과 경기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자신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말 그대로 박주영은 큰 활약을 펼쳤다. 만점 활약이었다. 초반부터 맹공을 펼치던 대표팀은 득점포가 터지지 않아 조바심이 날때쯤 박주영이 먼저 발로 골을 터트렸다. 전반 8분 왼쪽 측면에서 길게 올라온 크로스를 문전 정면에서 오른발에 그대로 갖다대 골문을 열었다. 집중력과 골 결정력이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기세를 탄 한국은 파상공세로 레바논을 압박했다. 그러나 기성용(셀틱)의 오른발 프리킥이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득점 인정을 받지 못했다. 골 결정력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아 전반전을 그대로 마치는 듯했다.
주춤했던 한국에는 박주영이 있었다. 그는 전반 45분 기성용이 레바논 진영 왼쪽 측면에서 높게 올려준 크로스를 문전 정면에서 머리로 정확하게 받아 넣어 추가골을 만들어 냈다. 박주영의 골로 한국은 전반전을 2점차 리드로 기분좋게 마칠 수 있었다.
그동안 조광래 감독은 박주영에 대한 기대를 숨기고 있었다.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함. 하지만 지난달 세계적인 명문팀인 아스날로 이적을 완료하면서 박주영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평소와는 다르게 자신의 주장을 확실하게 언론에게 전달할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날아갈 것 같은 박주영의 기분은 그라운드서 그대로 나타났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나선 박주영은 최전방, 오른쪽 측면 그리고 섀도우 스트라이커까지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며 활발한 움직임을 선보였다.
박주영은 후반 분 상대진영 아크 오른쪽 모서리 부근서 폭발적인 오른발 슈팅으로 해트트릭을 작성했다.
박주영의 움직임에 따라 한국의 공격도 이어졌다. 지난 한일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물론 레바논의 전력이 약해 박주영의 부담이 준 것도 사실이지만 분명한 것은 부담으로 얼룩졌던 0-3 패배를 완전히 잊어 버리겠다는 자신의 약속처럼 박주영도 레바논을 상대로 그동안의 부진을 완전히 씻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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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고양=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