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거 괜히 긴장되네".
한화-넥센의 시즌 12차전 맞대결을 앞둔 2일 대전구장. 평소 한화 한대화 감독과 넥센 김시진 감독이 덕아웃 또는 감독실에서 만담을 나누는 장면이 일상이었지만 이날 경기는 그렇지 않았다. 7위 한화와 8위 넥센의 승차는 불과 1.5경기. 지난 5월21일 넥센과 자리바꿈하며 최하위에서 탈출한 한화가 자칫 3개월 만에 최하위로 주저앉을 위기 상황이 된 것이다. 넥센은 8월 이후 12승12패로 5할 승률을 거두며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 최하위 전쟁, 양보는 없다

한화 덕아웃도 평소와 달리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대화 감독도 농담을 자제하며 이날 경기를 준비하는 모습. 김민재 수비코치는 "괜히 긴장된다. 포스트시즌 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 달 만에 1군 엔트리에 복귀한 류현진도 "개인 기록은 전혀 의미가 없다. 팀이 꼴찌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넥센을 이겨야 한다"며 전의를 드러냈다. 한대화 감독도 "이왕 쓰는 것 중요할 때 류현진을 쓰겠다"고 공언했다.
현대 유니콘스 시절 포함 지난 15년간 최하위를 한번도 하지 않은 넥센도 간만에 찾은 탈꼴찌 찬스를 놓칠리 만무했다. 넥센 김시진 감독도 "사정을 살펴 줄 여유가 없다"고 잘라 말하며 탈꼴찌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한화와 넥센은 앞으로 7경기를 더 남겨둬 향후 맞대결에 따라 최하위 희비가 엇갈릴 가능성이 크다.
▲ 팽팽한 승부 '결국은 연장'
이날 경기내용도 막상막하였다. 팽팽한 투수전. 한화 선발 김혁민과 넥센 선발 심수창이 한치의 양보도 없는 피칭으로 실점을 주지 않았다. 거의 매회 주자가 루상에 출루하며 득점권 찬스를 만들었지만 그때마다 후속타 불발로 득점이 나지 않았다. 김혁민은 5⅔이닝 3피안타 3볼넷 5탈삼진 무실점, 심수창은 6이닝 5피안타 3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한화는 6회 2사부터 1군에 복귀한 '에이스' 류현진을 구원등판시키는 승부수를 던졌다. 류현진은 최고 149km 강속구를 뿌리며 1⅓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성공적인 복귀전. 류현진에 이어 8회부터는 '필승카드' 박정진까지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자 넥센도 심수창 이후 오재영-김대우-윤지웅-이정훈으로 투수를 쪼개쓰며 맞불을 놓았다. 결국 양 팀 모두 한 점도 얻지 못하며 연장승부.
▲ 마무리까지 '총력전 승부'
연장 10회 1사 2루에서 한화는 마무리 데니 바티스타까지 투입시키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바티스타가 박정준과 박병호에게 볼넷을 내주며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여기서 알드리지가 바티스타의 3구째 공을 잘 끌어당겨 우측으로 향하는 빨랫줄 타구를 날렸다. 그러나 타구가 우측 선상을 살짝 빗나가는 파울이 되는 불운이 따랐다. 결국 바티스타는 알드리지를 헛스윙 삼진 처리.
넥센 마무리 손승락도 결국 연장 10회말 1사 2루 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바티스타처럼 최진행과 가르시아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해 2사 만루 위기를 맞았지만 이대수를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불을 껐다. 바티스타와 손승락 모두 만루 위기를 삼진으로 넘어가는 애간장 피칭으로 총력전다운 경기를 펼쳤다.
언뜻 투수전처럼 보이지만 양팀 모두 극도의 후속타 불발 속에 속을 끓였다. 넥센은 8~9회를 제외하고 매회 주자가 출루했지만 한 명도 홈으로 불러들이지 못했고, 한화도 2회·4회·5회·10회·11호 무려 5차례 만루 찬스에서 겨우 1점을 냈다. 잔루만 넥센 13개, 한화 15개. 결국 한화가 연장 11회말 장성호의 끝내기 안타로 1-0 승리를 거뒀지만 진을 다 빼는 경기였다.
가을잔치 방불케 한 7~8위 맞대결. 심각한 후속타 불발이 야기한 총력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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