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프로그램' 징크스?, 이제는 저주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1.09.03 07: 20

이 정도면 징크스를 넘어 저주라고 해도 될 정도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매일 대회의 일일 안내 책자인 '데일리 프로그램'을 발행한다. 이 책자에는 이날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기록과 세계 기록 등 자세한 내용을 담아 취재진들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하루의 모든 경기를 담은 안내 책자인 만큼 표지에는 그날의 최고 스타라 할 수 있는 선수를 모델로 세우고 있다. 그런데 대회 첫날부터 표지 모델로 선정된 선수들이 명성과 어울리지 않는 부진한 성적을 냈다.

대회 첫날인 지난달 27일 표지 모델이었던 남자 장대높이뛰기의 스티븐 후커(호주)는 예선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지난 대회의 챔피언이라는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단순한 이변이었다.
이틀째의 표지 주인공은 남자 100m에 출전하는 우사인 볼트(자메이카)였다. 볼트는 압도적인 세계 기록을 갖고 있는 디펜딩 챔피언이었다. 그만큼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그렇지만 결승에서 부정 출발로 어이없게 탈락했다.
여자 장대높이뛰기서 27번이나 세계 기록을 경신한 옐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조차 표지 모델의 징크스는 피하지 못했다. 그녀는 실격 처리가 되지는 않았지만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3일째 주인공이었던 다이론 로블레스(쿠바, 남자 110m 허들)는 우승을 거두는 줄 알았지만 경기 후 실격처리 됐다.
4일째 여자 경보 20km의 올가 카니스키나(러시아)가 우승을 차지하며 징크스는 사라지는 듯했지만 지난 1일 표지를 장식한 야르헬리스 사비녜(쿠바, 여자 세단뛰기)가 부상으로 경기를 포기하면서 징크스가 여전함을 알 수 있었다.
이에 조직위는 2일 데일리 프로그램의 표지 모델에 한 선수가 아닌 두 명의 선수를 내세웠다. 주인공은 카멜리타 지터와 앨리슨 펠릭스(이상 미국)였다. 지터는 여자 100m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펠릭스는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200m 4연패를 노리는 강자였다. 징크스를 깨자는 의도였던 것.
그러나 조직위의 의도는 무참히 깨지고 말았다. 두 선수 중 한 명은 금메달을 딸 것이라는 조직위의 생각과 달리 여자 200m의 금메달은 베로니카 캠벨-브라운(자메이카)에게 돌아갔다.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200m에서 펠릭스에 밀려 2번이나 은메달을 차지했던 캠벨-브라운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반면 조직위는 씁쓸함에 가슴속으로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징크스도 계속되다 보면 저주라고 불린다. 이런 이유로 각국 대표팀들은 자국의 선수가 데일리 프로그램 표지의 모델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다. 이제 매일 발행되는 데일리 프로그램의 표지 모델이 누가 될 것인지도 주목을 받고 있다.
앞으로 대회 종료까지는 단 이틀. 과연 언제까지 데일리 프로그램 징크스가 지속될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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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펠릭스-지터 / 대구=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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