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인 볼트 '100m 트라우마' 두배 길어진 시간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1.09.03 06: 57

남자 200m 대회 2연패에 도전하는 '번개' 우사인 볼트(25, 자메이카)가 부정 출발이라는 '강적'을 만났다.
우사인 볼트는 지난 2일 저녁 대구 스타디움서 열린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200m 준결승 2조 경기서 여유롭게 20초31로 조 1위로 결승선을 통과, 결승에 안착했다. 이로써 볼트는 3일 오후 9시 20분 벌어질 결승서 2009 베를린 대회에 이어 2연패를 노릴 수 있게 됐다.
▲ 부정 출발의 아픔은 잊혀지지 않았다?

볼트는 이날 200m 1회전과 준결승에 앞서 익살스러운 표정과 행동을 선보이며 관중들에게 웃음을 유발했다. 여유를 부리는 만큼 경기에 대한 압박감은 없어 보이는 듯했다. 그렇지만 경기에 들어서자 달랐다. 경기 막판 승부가 갈렸을 때는 결승전에 대비해 속도를 줄였지만 스타트를 끊을 때는 달랐다. 출발 반응 속도가 현저하게 늦어진 것.
200m가 100m 만큼 출발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단거리라 빨리 출발할수록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평소 0.1초대 중반의 출발 반응 속도를 보여주던 것에 비해 1회전에서는 0.314초, 준결승에서는 0.207초가 걸렸다. 이전과는 확연한 차이였다.
▲ 늦어도 만회한다
늦게 출발했지만 도착은 빨랐다. 볼트는 출발에서 차이를 폭발적인 스피드로 메웠다. 볼트는 초반부터 역주했다. 다른 선수들과 치고 나오는 속도가 눈에 띄게 차이가 났다. 그 덕분에 볼트는 1회전과 준결승에서 모두 조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 그래도 변수는 '출발'
분명 볼트와 다른 선수들간 기량차는 존재한다. 어떤 점을 보더라도 볼트가 압도한다. 다만 정신적인 대미지는 다르다. 다른 선수들을 보더라도 같은 조의 선수가 부정 출발 실격을 당하면 출발 반응 속도가 0.1초 가까이 느려진다. 볼트의 경우에는 이미 직접 경험한 바 있어 그럴 경우 그 대미지는 엄청나다.
볼트가 경기 전 익살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도 긴장을 풀려는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압박감과 대미지는 결승에서 더 심해질 것이다. 그런 상황을 볼트가 잘 극복한다면 우승은 무난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다면 100m에서 악몽은 또 다시 되풀이될 수도 있다. 볼트가 100m의 한을 풀 수 있을지는 자신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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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구=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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