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았다 싶은 타이밍에 들어갔다가 아웃되는 경우도 있었어요. 장성우는 정말 무서워요".
올 시즌 도루 1위(39개, 2일 현재)를 달리고 있는 오재원(26. 두산 베어스)이 가장 무서워한 포도대장은 누구일까. 정답은 강민호(롯데)나 정상호(SK), 진갑용(삼성) 등 상위팀 주전 포수가 아니었다. 바로 롯데 자이언츠 제2의 포수 장성우(22)였다.

지난해까지 4년 연속 도루왕좌에 오른 이대형(LG)의 페이스가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인해 예년만 못한 가운데(31도루, 공동 2위) 오재원은 39개의 루를 훔치며 데뷔 후 첫 타이틀을 노리고 있다. 올 시즌 오재원은 101경기 2할6푼5리 6홈런 33타점 39도루로 커리어하이 성적을 노리고 있다.
지난 8월 31일 잠실 넥센전서 당한 왼 발목 부상으로 인해 오재원도 정상 컨디션은 아니다. 그러나 우천 휴식이 상대적으로 많았던 팀 상황을 감안하면 회복 후 잔여 경기서 굳히기에 들어갈 가능성도 굉장히 높다.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졌으나 오재원의 기량 향상은 그나마 팀의 위안거리 중 하나.
"단점을 보완하다 보니 올 시즌 내가 가진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시행착오도 많이 겪은 시즌이라 도루 1위를 달리고 있다고 해도 많이 아쉬워요. 홈런을 친 이후 큰 스윙을 의식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요". 선수 본인은 아직도 아쉬움이 많이 남은 듯 했다.
뒤이어 오재원은 "도루를 자주 하다보니 최근에는 상대 팀에서 많이 견제한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도루 성공률이 좀 떨어진 상태"라며 고충을 호소했다. 올 시즌 오재원의 도루 성공률은 84.8%(46회 시도/39회 성공)으로 아직도 수준급이다.

뺏는 입장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는 빨랫줄 송구로 주자의 발을 묶는 상대 포수다. 오재원에게 다른 7개 구단 포수 중 가장 움찔하게 되는 선수에 대해 묻자 그의 입에서는 주저없이 장성우의 이야기가 나왔다.
"다들 힘들어요. 그런데 특히나 장성우는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살았다 싶어 들어갔는데
어느새 송구가 살아들어와 먼저 태그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거든요. 장성우는 정말 무섭습니다".
실제로 장성우는 경남고 시절부터 장타력을 갖춘 강견의 포수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지금은 팀 동료인 손아섭 또한 부산고 시절을 떠올리며 "성우가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주자들이 거의 백발백중으로 횡사했다. 나름대로 빠른 발을 갖췄다고 자부하지만 나도 성우가 지킬 때는 제대로 못 뛰었다"라며 높이 평가했다. 강민호에게 밀려 백업 신세의 불운을 겪는 장성우지만 올 시즌 그의 도루 저지율은 4할3푼8리로 수준급.
숲 밖으로 나와서야 비로소 전체 숲의 모양을 알 수 있듯 선수의 기량을 가장 잘 파악하는 이 중 하나는 바로 상대팀 선수다. '대도'의 꿈을 키우고 있는 오재원의 이야기는 왜 장성우가 현장에서 굉장히 높은 점수를 받는 포수인지 다시 한 번 알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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