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전 국가대표 김동성(31)이 한국으로 돌아올 뜻을 밝혔다. 일시 귀국이 아닌 영구 귀국이다. 지난 2006년 심판 자격증을 따겠다며 미국으로 건너간 지 5년 만의 일이다. 무혐의로 밝혀진 제자 폭행 논란에 이어 그의 얘기를 들어봤다.
▲ "나를 위해서는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낫다"
김동성이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역시 지난 2월 제자 폭행 논란이다. 버지니아 소재 스케이팅 클럽에서 자신이 가르쳤던 6명의 제자들에게 음해를 당하면서 미국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생겼다. 다행히 무혐의 판결을 받아냈지만, 그 과정에서 인격적인 모독과 함께 지독한 인종차별을 경험했다. 워싱턴포스트의 악의적인 보도 그리고 미국빙상연맹의 차별적인 대우가 그랬다.

이런 상황에서 (주)제주 국제아이스링크의 제안은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제주 국제아이스링크 측은 김동성에게 홍보대사와 함께 어린이스쿨 코치직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고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이어간다는 제안은 매력적이었다. 더군다나 오는 2012년 10월 완공되는 아이스링크 이름을 '김동성 국제아이스링크'로 명명하겠다는 영광스러운 조건이었다. 김동성은 자신도 모르게 "나를 위해서면 한국으로 돌아가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그만큼 귀국 의지는 강렬했다.
▲ "스파르타식 훈련 시대는 끝났다"
물론, 김동성이 당장 귀국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제주 국제아이스링크가 완공될 때까지는 시간이 충분하다. 아직 1년 여의 기간이 있는 셈이다. 그 동안 김동성은 자신이 키우고 있는 선수들의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김동성이 이번 귀국 때 미국에서 지도하고 있는 선수 2명을 대동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더불어 김동성은 한국에서 펼칠 자신의 꿈도 차곡차곡 쌓아가려고 한다. 바로 한국 쇼트트랙의 미래를 밝힐 꿈나무의 육성이다. 과거 한국 쇼트트랙이 스파르타식 훈련에 의한 소수 정예주의를 표방했다면, 자신은 풍부한 인재 풀 속에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천재를 키우고 싶다고 했다.
김동성은 "분명히 한국은 현재 쇼트트랙 최강국이다. 그런데 10~15년이 지난 후에도 같을 것이라는 보장이 있을까? 한국 쇼트트랙 고유의 기술은 한국인 코치들이 외국에서 활동하면서 이미 유출됐다. 그렇다면 승부는 선수들의 기량에서 결정된다. 이럴 때 인재 풀이 풍부한 쪽이 유리하다. 스파르타식 시대는 끝났다. 재밌는 쇼트트랙 속에 특출한 재능을 찾아야 한다. 내가 원하는 지도자 상이자 한국 쇼트트랙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 "한국 쇼트트랙의 홍보대사가 되고 싶다"
또한 김동성은 "누군가 관심을 모아 쇼트트랙의 인구를 늘려야 한다"고 강변했다. 과거 인라인이 붐을 일으켰던 것처럼 쇼트트랙도 누구나 한 번은 경험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했다. 이른바 한국 쇼트트랙의 홍보대사다. 제주 국제아이스링크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응원가를 취입한 일련의 행동이 모두 이를 위해서다.
김동성은 "내가 가수라고 설친다면 사람들이 모두 웃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 쇼트트랙의 분위기를 띄울 수 있다면 이런 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스포츠만큼 사람들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것은 없다. 내 행동이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다"면서 "피겨스케이팅은 김연아의 등장으로 화려한 꽃을 피웠다. 내가 쇼트트랙의 김연아가 태동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동성의 인터뷰는 4편으로 나눠 게재되고 있습니다. ①김동성, "나는 제자들을 때리지 않았다" ②김동성이 한국으로 돌아온다 ③김동성은 왜 연예계를 선택했나 ④김동성, “안현수의 선택을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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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